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효숙 Jun 08. 2024

‘순간을 담고, 인생을 담는 추억’

    부제 : 21세기에 만학 이야기를 전하는 20세기 셀러던트 

3. 공중에 떠 있는 침대     

 푸른 바다를 낀 항구도시 목포가 생각난다. 명절 때면 부모님과 함께 배를 타고 섬에 살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가는 것이 하나의 행사였다. 여객선 옆에는 상인들이 나무판자에 길게 늘어놓은 생선들, 다양하게 있는데 아버지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10판 정도의 물건들을 아낌없이 사신다. 할아버지는 그 많은 생선을 혼자서 다듬어서 빨랫줄에 널어 노신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다듬어서 하시는 모습만 바라보아도 기쁘다고 하신다.  

   

우리에게도 손수레를 통째로 끌고 오셔서 사 주시곤 했다. 아버지는 공무원 이어서 우리는 주로 관사에서 살았고 선물이 들어오면 피 문어도 썰어서 오가며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시곤 하셨다. 우리는 아버지가 직장에서 6개월 또는 1년마다 자주 발령이 나서 여러 도시로 이사하며 살았다. 우리 형제는 6남매 중 나는 큰딸이다. 아버지는 97세이고, 엄마는 94세이시다.   

  

  아버지는 70세가 되신 후부터 물건들을 모아 오신다. 온통 집이 물건으로 계단 층마다 가득히 쌓여 있었고, 옥상에는 집이 두 채 정도의 물건이 텐트로 덮어 놓으셨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 올 때 몇 트럭에 실어서 버렸다.   

   

서울로 이사 온 후에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부모님 집을 형제들이 사 드렸다. 이곳에서도 17년 동안 많은 물건이 쌓여서 아버지 방에는 들어갈 수가 없고 베란다에 통로가 막혀서 세탁기를 사용을 못 해 목욕탕에 조그마한 세탁기로 엄마가 사용하신다.  

   

 T.V에 나오는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가 무색할 정도이다. 아버지 방에는 아버지만의 세계가 있다. 시계가 30개 이상이고 라디오도 20개, 만물 상사이다. 시계마다 약을 넣으셔서 여기저기서 시계 소리가 찍찍 짹짹거리며 옷들은 놋 끈으로 묶어 노시고 침대 밑에는 책들과 종이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침대가 조금씩 위로 올라가 침대를 올라갈 때면 의자 위에 두꺼운 책들을 놓고 2단계 3단계로 올라가셔야 침대에서 주무실 수가 있다.     

침대 뒤에는 검은 자게 농과 빨강 농이 있는데 짐 들 때문에 파묻혀서 문을 열지도 못한다. 아버지는 아버지 방을 열면 화를 내신다. 밖에 내놓으면 5분이면 금방 가져간다고 하신다. 그동안 엄마의 고생과 노고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공중에 떠 있는 침대를 보면 아슬아슬하고 저러다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혹시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 우리 형제들은 늘 고심하고 괴로워했다. 아버지의 고집과 집착은 이길 수가 없지만, 지난해에 두 동생과 함께 쓰레기봉투 100밀리를 60개 이상을 버리는데 자가용으로 3번 차에 실어서 버렸다. 그 짐은 놔두면 다시 주워오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목소리가 대단히 크시다. 물건을 버릴 때는 쓰러질 정도로 소리 지르기 때문에 이제는 버리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가 큰딸에게 빨간 농을 주기로 하고, 침대를 교체하고 물건들을 옮기라고 하셨다. 우리는 이런 소식을 듣고 두 동생과 트럭 2대를 동원하여 준비했는데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아버지는 다음에 하신다고 방을 열어주지 않아서 동생은 미리 와서 엄마 방부터 치우기 시작하고, 아버지 방은 열어주지 않아 거실에 있는 김치 냉장고, 식탁, T.V 장들, 거실에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75 미리 비닐봉지가 100장 이상 들었다. 11시에 아버지가 방에 나와서 화장실에 가는 틈을 타서 트럭을 몰고 오신 두 분을 아버지 방에 공중에 떠 있는 침대 위에 올라가서 나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큰소리를 치며 난리가 났다. 우리는 중간에 물건을 버리기 전에 점검해서 중요한 것은 빼고 동생과 나는 계단 층에서 비닐봉지에 밖에 쌓아놓고 말할 수 없는 중 노동이 시작되었다.  

    

오후 3시가 되어도 침대 뒤에 있는 빨강 농과 검정 자게 농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물건이 쌓여서 나중에는 빨간 농, 검정 자게 농은 계단에 걸려서 장도리로 농을 부숴서 내려가고 아버지는 소리 지르시고 전쟁터 같았다. 맨발로 밖에 나가셔서 쌓인 비닐을 보고 화를 내시며 버린 빨간 농을 붙들고 화를 내신다. 부모님 방에 침대 두 개와 식탁, T.V 장을 사 드렸는데, 그사이에 주문한 두 침대와 옷걸이, 식탁 등을 설치하고 나니 아버지가 안정을 찾으시고 소지품을 정리하셨다. 

    

아버지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으신 것 같다. 어릴 때 얼마나 소유하고 싶은 것이 많았을까?  하루는 아버지께 물어보았다. 

 “ 아버지 왜 물건을 쌓아놓으세요”? 물건들이 있으면 안정이 됩니까”? 물으니 그렇다고 하신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리가 흡족하게 해 드리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토록 당당하고 권위적이시고 자존감이 강한 분이신데...  세월의 흔적이 우리들의 뒷모습을 연상케 했다.  

   

 주름진 얼굴에 세월의 자국처럼 남아있는 모습, 비어 있는 잔처럼 들어 있는 것이 없었기에 허전하고 무언가 채우시려는 마음! 미움의 세월이 뒷담으로 가고 아침 햇살이 문 앞에 와 있지는 않을까? 공중에 떠 있는 침대를 보면서 우리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는 않을까?  생각하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