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분노
반론하지 못하고 끼어들지 못해서 혼자 끙끙 앓을 때
때론 말할 수 없이 화가 나는, 어느 누구 때문에 화나는 경우들이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건 사적인 모임에서건 상대가 뭐라도 되는냥 자신을 내세우거나 은근히 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할 때, 때론 나의 한 마디에 상대가 정색을 하며 반논 할 때, 단지 내 생각이며 그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또다시 말하지 못했을 때가 그렇다.
그때 우리는 나의 생각과 나의 존재까지도 무시받는다는 느낌으로 상대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자기가 뭐라고' 혹은, '혼자 잘난 척을 하려고 하네' 하며 상대의 반논에 내 생각을 어필하지 못한 것에 분노하며 상대를 나쁘게 평가하며 욕하고 싶어 진다.
그런데 정작 욕하고 싶고 화내고 싶은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은 아닐까? 상대방의 반론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이고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된 내 뇌의 습관은 아닌지......
반론하는 것에 대한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애들이 뭘 안다고 끼어들어" 하며 꾸짖고 생각을 말하지 못하게 했던 것에 익숙해진 나의 뇌가 커서도 상대와 다른 내 생각을 말하게 될 때 겪게 될 비난과 무시가 두려웠던 것은 아닌지....
나는 종종 안다. 내가 그렇다는 것을.
나의 뇌가 기억하고 있는 두려움적 습관 때문에 나는 상대의 반론에 대응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그래서 상대에게 분노를 품고 그 분노를 삭이기 위해 성찰을 하고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한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나의 내담자가 나와 비슷한 고통으로 힘들어했던 이야기를 하면 나는 깨닫는다. 그래 그건 상대에 대한 미움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 자신이 미웠단 것을. 어린 시절부터 그랬던 것처럼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어른에 대한 분노와 내가 나약하고 바보 같았다고 느꼈던 어린 내가, 성인이 된 지금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거라는 사실을.
엄밀히 말하면 나의 말에 반론을 한 상대가 미운 것이 아니라 그 반론에 대응하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나고 미웠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그래,,,,,,,,, 우리는 그럴 수 있다.
화가 날 수 있다.
때론 어떤 누군가가 밉고 싫을 수도 있다.
그 사람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서 온 분노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할지 안다.
말하면 된다. 적절한 대응법을 찾아 대응해 나가면 된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화나는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