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선면 May 13. 2024

운동 센터 옮기다

2024년 1월 23일 화요일, 차가운 겨울 밤바람을 피해 빌딩 입구 안쪽에 선 채, 핸드폰으로 검색 중이었다.

그날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운동 센터가 구정 명절을 앞두고, 그러니까 2 주가량을 더 운영하고 나서 폐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본격적으로 필라테스를 하겠다고 맘먹었는데,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했다.

센터는 연초가 되면서 회원들이 눈에 띄게 많아져서 클래스 수업에 사람들이 다 채워진 채로 수업을 하고 있었고,  전년도12월부터는 토요일 수업까지 개설한 상태라서 운영이 힘들어 폐업할 거라는 조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하긴, 내가 그간의 센터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사장님의 결정에는 그만한 어려움이 있었겠지.

그런데,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한다?


검색창에  '00동  필라테스'  입력 결과, 놀랍게도 근방에 꽤나 여러 개 센터가 있었다. 운동을 마친 후이기도 했고, 시간도 늦었고, 밤바람이 춥기도 했고, 그날은 한 군데만 들려보기로 했다. 사전 예약 전화 같은 것도 없었다.


거리상 맘에 끌리는 곳으로 바로 향했다.

다행히 그 시간에 수업이 없었는지, 강사님 두 명이 안내테스크에 앉아 있어서 바로 직진.

강사 한 분이 센터를 소개해주신다고 앞서 일어나면서 내가 토삭스 toesocks를 신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무슨 말로 둘러대지 않고, 근처 센터에서 운동 마치고 들렸다고 이실직고했다.

설문지 같은 것도 적고, 인바디도 하고, 수업시간이나 비용 같은 것도 물어보고, 상담을 다한 후에

내가 말했다.

"2월 8일까지 다니던 곳에 수업을 다하고, 구정 지나고 여기 올게요. "


2월 13일 화요일, 약속대로 그 센터에 등록했다.


1월 23일과 2월 13일 사이, 나는 무슨 일을 했는가?

브러치북의 필라테스 관련글을 찾아 읽었다.

작가 본인의 경험기부터 시작해서 전문강사님들의 글까지.


운동은  몸으로 익혀가는 것이라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다른 이들의 삶 속에, 지식 속에 이 운동이 어떤 모양새로 스며들고, 연구되었는지 궁금했다.

클래스 수업 5개월 차, 뭔가 새로운 단계로의 전환 내지는, 나 자신에게도 운동에 대한 목적이나 체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기도 했다.


2월 13일, 총 12회의 개인레슨 회원으로 등록했다. 클래식 필라테스를 가르쳐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이게, 센터 쪽에서는 예상치 않은 요청인지, 상담하던 실장님이 무척 당황한 표정이 읽혔다.

알고 있었다, 대부분 센터는 기구 필라세트를 수업으로 하고, 클래식 필라테스를 하는 센터는 찾기 힘들다는 것. 그러니, 개인 수업 때 가르쳐 줄 수 있는지를 물을 수밖에.

강사들 중에서도 매트 필라테스를 완벽히 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블라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된다면서 나를 거절하지는 않았다.

완벽한 매트 필라테스를 코스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이 시대의 문명의 이기, 유튜브가 있지 않은가? 마음먹으면 내가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단, 내 몸을 봐줄 이가 없다는 게 문제지. 필라테스 강사라면, 내 몸을 읽어 줄 줄은 알겠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개인 레슨.

강사님은 30분~35분 정도 본인의 수업을 진행하고, 그 이후 시간에 매트 필라테스 동작을 세 개 두 개씩 가르쳐 주었다.

12회 차가 끝나고 재등록. 이제까지 총 20회의 개인레슨을 했다.


필라테스 창시자 조셉 필라테스가 이런 말을 했다 한다.

10회 차에는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고,

20회 차에는 몸이 달라지는 걸 눈으로 볼 수 있고,

30회 차에는  새로운 몸을 얻게 된다고.


인용구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서 말의 앞 뒤와 토시는 다를 수도 있는데, 여하튼 내용은 그렇다.

그러면 나는 지금 몸이 달라지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는가?

애매하다.

매일 보는 몸이라 그날이 그날 같은 게 내 생각인데, 몸은 정직하기도 한지, 남편은 그렇다고 인정해 준다. 먹는것까지가 운동이라는 말을 잘 지킨 덕인지 몸무게는 오히려 늘었다.


무슨 바람에 갑작스럽게 필라테스의 기록을 새로운 매거진으로 옮겨 진행하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더 오래가겠다는 다짐이다.


클래식 필라테스, 그러니까 매트에서 이뤄지는 필라테스에 대한 애착은 요가의 경험에서 시작된 것 같다.

내 집안에 필라테스 기구를 들여놓을 돈도, 공간도 없지만, 매트 한 장 펼칠 공간은 있고, 땀냄새 배인 나만의 매트는 이미 가지고 있다.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단 하나 내 몸으로 만들어 내는 동작의 완성과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미 클래식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강사님들도 다른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으며 수련을 계속 이어간다는 글을 읽은 바, 기구가 되었든 매트가 되었든 운동 선배들로 지도를 이어서 받아야 할 필요는 느낀다.


혹시, 필라테스에 대한 정보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글이 일말의 도움이 될까 하여 덧붙이는 사족.

필라테스 초급자 분들이시라면, 개인 레슨을 아까와하지 말고 초반에 꼭 10회 이상은 해보시라는 것.


나는 지난 8월 필라테스 입문 시에, 두 번의 개인레슨 후에 그룹 수업을 들었고,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했지만

센터를 옮기고 개인 레슨을 하면서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정교한 코칭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다니던 센터의 폐업 소식에 실망도 했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나에게 운동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준 기회이기도 했다.

계획한 대로 일이 안될 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찾아보면, 더 나은 기회로 통하는 길이 있을 수도.




 







매거진의 이전글 필라테스를 파보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