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시간을 내어 동네를 걸어라

소소하고 즐거운 발견을 경험한다

by 점선면

하루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 비숫한 또래의 여성분이 계셨어요. 시간이 얼마 지나고 미용실 한쪽 문이 열리고 젊은 남자분이 들어왔습니다. 제 옆에 여자 손님의 고개가 따라 움직이는 게 좀 과하다 싶더라고요. 남자 손님이 잘 생겼나? 하는 생각에 저도 살짝 눈치를 봤습니다.


옆에 여자 손님이 미용사님께 물었습니다.

"저기 문이 있었어요?"

네, 그 미용실은 마치 마법의 문처럼, 벽 쪽에 또 하나의 출구가 있었던 겁니다. 그분은 머리 손질이 끝나고 젊은 남자분이 들어왔던 벽 쪽으로 가서 문을 찾고서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그 문을 열고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 모습에 살며시 웃음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 벽에 난 문을 알게 된 날 했던 질문, 행동과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 미용실을 몇 년이나 드나들면서도, 아파트 상가의 통로에 출입구가 있는 것을 모르고, 찬 바람맞아가면서 큰길로 돌아다녔던 겁니다. 그분의 발견이 저의 일처럼 즐거웠습니다.


자취하는 학생일 때는 학교와 집을 다니느라, 직장을 다닐 때는 직장과 집을 오가느라 동네를 산책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출근 시간쯤, 분명 출근 복장인 사람들인데 제가 알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들어서서 가는 게 보였습니다. 한 번 따라가 봤습니다. 와! 이런 길이 있었네! 매일 같이 지나던 소란스러운 찻길옆 도로 말고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전철역이 가까운 지점에서야 큰길로 연결되는 샛길이 있었던 겁니다. 그날 퇴근부터 조용하고, 하늘이 더 넓게 보이는 그 길을 출퇴근길로 택했습니다.


결혼하고 육아휴직을 얻어, 아이와 있게 되자 유모차를 밀고 집 밖을, 그냥 돌아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나왔습니다. 가까운 공터, 마트, 놀이터로 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출근생존을 위한 길이 아닌 여유로움의 길로 조금 나아갔습니다. 이제는 그저 걷기 위해 나갑니다. 동네 뒷길, 안길, 미로 같은 길. 사는 곳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서 아직도 그런 길들이 있습니다. 뜻밖의 장소에서 아기자기한 카페를 만나기도 하고, 싼값에 신선한 과일을 파는 가게도 만납니다. 가정집인 줄 알았던 곳이 알고 보니 서점이고, 작은 공터인데도 아늑하고 깊은 쉼을 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고와서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힐링코스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자취러들은 학교로 직장으로 다니느라 힘이 다하면, 일과 후에는 산책을 위한 산책도 버거울 겁니다. 그러니, 언제 맘먹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동네 이리저리로 걸어 다녀 보는 게 좋겠습니다. 영국 드라마 주인공 셜록 홈즈처럼 도시의 모든 길을 다 꿰뚫을 필요는 없지만, 내가 사는 동네의 길을 아는 것은 묘한 자신감을 줍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 도망쳐야 하는 경우가 생겨도 조금 덜 불안하지 않을까요?



네가 사는 방에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를 들일 넓은 창이 없다면, 집 밖을 나가 길을 걸어보라. 방에 정원을 가꿀 수 없다면, 동네에서 정원을 찾아보라. 방에 텃밭을 둘 수 없으니, 집 가까이서 신선한 야채를 파는 가게를 찾아보라. 길을 걸으며 동네의 낯을 익히면, 동네도 너를 더 친근하게 맞아주고 대해 줄 것이다. 동네는 네가 충분한 발품을 팔았을 때만 만날 수 있는 보석 같은 면모를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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