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국 덕분에 몸무게 앞자리 5에서 4로 바뀌었습니다. 일터에서 간편하게 점심을 해결하자니 도시락이 최고의 대안이었죠. 남편은 반찬의 수와 질은 따지지 않으나, 아침 '밥'은 따집니다. 그러니, 후딱 만드는 반찬에 밥만 더해서 한통을 채우고, 과일과 야채를 썰어 넣어 용기하나를 채우면 도시락 준비 끝, 어렵지 않습니다. 대신 아침'밥'을 먹지는 않습니다.
요가를 하고 군살이 덜어지면서, 음식에 대해서도 경계심이 생겼습니다. 그때 만난 게 브로콜리, 당근, 토마토, 바나나, 우유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해독주스'였습니다. 브로콜리와 당근을 삶는 준비과정이 있긴 하지만, 한 번에 갈아서 후루룩 마시면 끝이라 간편했고, 몸에 좋다는 말에 조식으로 3년 동안 꾸준히 먹었습니다.
꽤 집요한 저의 일면을 말씀드리자면, 2014년에 연수출장으로 영국에 5주간 가는데, 홈스테이에서 머무는 거라 사전에 상세요청사항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침마다 야채주스를 갈아먹어야 하니, 블렌더가 있는 집을 원한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영국의 생활수준을 낮게 잡아서 한 얘기는 아니고요, 확실함을 더하기 위한 요청이었습니다. 그런데, 만나보니 채식주의자 여성분입니다.
아! 그럼 나는 5주 동안 야채과일만 먹는 것인가? 이것을 원한 건 아닌데! 하는 당혹감에 잠시 어찔했는데, 친절하게 얘기하시더군요. 자기만 고기를 먹지 않을 뿐, 다른 가족을 위해서는 고기, 생선요리를 하신다고요.
아~. 다행이다! 저의 요청은 쓸데없는 것이 아니었음을 얼마 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동료는 저녁을 매일 냉동식품으로 때웠다니까요.
그 후에도 꾸준히 좋은 음식 정보를 수집하고 이것저것 시험 삼아 먹다가 2017년 지금 아침 형태에 정착했습니다. 견과한봉, 카카오닙스 한 스푼, 말린 무화과 1개 반, 비폴렌 한 스푼, 단백질 파우더 한 스푼에 우유 적당량. 이 모든 것을 넣고 갈아서 중간크기 머그컵 한 잔 정도의 액체 상태로 마십니다. 밥을 먹는 대신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아침마다 이 '조제(調劑)'를 시행합니다. 딸이 한 번 먹어보고는 크레파스 맛이다, 괴식이다 하면서 맛에 대한 악평을 했지만, 저에게는 고소하고 달콤한 아침루틴의 하일라이트랍니다.
사람의 행복감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은 뇌뿐 아니라 위장관에서 분비되다고 합니다. 뇌와 장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뇌장축'이론에서는 장의 건강상태가 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우리가 먹는 것은 정신, 감정적인데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니, 아무것으로나 대충 먹는다는 것은 나의 몸을 대충 대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나의 감정도 대충 돌본다는 뜻입니다.
자취생들이 끼니마다 5대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다양한 식단을 차려먹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던 구운 김 가게에서 전장(全場) 김을 사서 집에 가, 밥 한 공기 떠 놓고, 비닐 포장째 김을 뜯어먹으며 허기를 채우던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냉동식품 정도라도 준비해 놓고 먹고사는 것도 부지런이 필요한 일이란 거 압니다. 그러니 야채를 다듬고 씻고, 무치는 일은 못하더라도, 신선한 과일이라도 떨어지지 않게 사서 먹으며 살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서, 그리고 건강한 감정을 위해서 의식적으로 좋은 것으로 몸을 채우려고 노력하면 몸은 그 노력을 알아줍니다. 몸은 신비한 생명유기체여서 무엇이 들어오는지에 따라 분명,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유명한 인용구 '네가 먹는 것이 곧 너다'라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감정이 가라앉거나 짜증, 무기력,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네가 먹는 것을 점검해라. 먹는 것을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마라. 네가 먹는 음식을 소홀히 생각하고, 좋지 않은 음식들을 먹다 보면, 네 몸은 반드시 어떻게든, '주인님, 나를 좀 더 잘 돌봐주세요.'라는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한 발 늦게 삐걱대는 몸과 정신을 고치려 애쓰지 말자. 좋은 음식으로 너를 채울 때, 몸은 건강한 신체로, 행복감으로 너에게 보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