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자기 자리에 두라

물건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by 점선면

저에게 브런치 작가 합격소식을 안겨준 첨부작품은 요가에 관한 것이에요. 요가 입문 10년 차, 요가는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고 작가신청을 한 날, 저는 요가를 그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고민하는데 오후 반나절, 그리고 아쉬움에 잠들면서, '고민은 지금까지만 하자.'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단호히 요가 없는 스트레칭을 시작했습니다. 자세한 사연은 기회가 되면 나눌게요.


요가를 시작하고 얼마간은 거울에 비치는 제 모습에 절망했습니다. 다른 회원들은 우아한 몸짓으로 자세를 만들어 가는데, 저는 비틀거리고 쓰러지고 후덜 거리기 일쑤였으니까요. 언젠가 내가 한 발로 평안히 설 때가 오긴 할까? 스스로 의심하면서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요가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자기 통제력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지근육을 있어야 할 곳에 있게 함으로써 아사나(자세)를 완성하면 성취감이 생겼습니다. 몸과 호흡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자신감을 키워줬습니다.


물건 얘기에 왜 요가가 나오냐고요? 통제되지 않는 몸으로는 질서나 균형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면에서 물건을 통제하는 면과 요가는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잘 정리되어 있는 물건들이 있는 공간에는 질서와 깔끔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요가 자세를 만드는 몸이든, 물건이든 제자리를 벗어나면, 보기에 아름답지 않습니다.


제 자리를 벗어난 물건을 찾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그뿐인가요? 때로는 짜증이라는 감정소모까지 유발합니다. 물건의 가지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 늘어난다는 말입니다. 적절한 개수의 물건이라고 해도, 그것들이 중구난방 흩어져 매번 다른 장소에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한다면, 에너지를 앗아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질서가 있는 공간을 원하다면 물건에 자리를 지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내다가 더 효율적인 지점이 생각되면, 그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물건의 자리를 옮겨도 좋습니다. 어느 때이든 물건을 통제하에 두는 게 중요합니다. 분명 거기서 오는 승리감이 있을 것입니다. 물건은 반항하지 못합니다. 심리적으로 지배력을 미치는 물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물건은 사람에 의해 놓이는 게 운명입니다. 그래서 물건의 위치를 지정하는 자가 부여한 질서가 깃들여진 공간은 그에게 힘을 줍니다.


이 세상에서 마음대로 통제가능한 게 뭐가 있을까요? 세상, 학교, 가족, 친구들 어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 수면욕, 식욕도 통제하기 힘듭니다. 가장 간편하게 자신의 통제력을 행사하고 그 결과를 눈으로 보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자신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합니다.




문을 열고 방으로 돌아올 때, 너의 힘 아래, 지정된 자리에 있는 물건들은 너에게 평안함을 줄 것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자리를 벗어난 물건들을 마주 대하면, 그 물건들의 소음에 무엇을 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다. 그래서 악순환이 생긴다. 너저분한 방으로 돌아와 더 너저분하게 만드는 게 일상이 되면, 물건들은 너의 통제를 벗어나 마음껏 활개 쳐 다니면 너를 지배할 것이다. 게으르고, 무기력한 감정에 몰아넣으면서. 너의 공간에 질서를 지배하는 너의 결정과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거기서부터 너의 자신감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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