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들어올 때는 나갈 때를 생각해라

필요한 것들만 둔다

by 점선면

2021년 5월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생사, 부고를 듣는 게 처음 일이 아니지만, 이번은 조금 충격이 컸습니다. 저랑 동갑내기여서요. 자가면역질환으로 고생을 해왔는데,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왔다는 겁니다.


문상을 다녀오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인티제들의 못된 습성 중 하나가 나쁜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겁니다. 국가 간 분쟁 소식이 들리면, 벌써 세계대전을 생각하고 있고, 지구온난화 뉴스에는 지구종말과 인류멸종을 생각하는 식입니다. 인생의 힘을 허튼 생각을 하며 쓰는 것 때문에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 저의 생각은 '나에게 언제든지 죽음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 이후의 상황을 상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이제 성년의 문턱에 있으니,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괜찮고..... 내가 갑자기 떠나면.... 내 소유의 물건들은 어떻게 하나? 가족들에게 내 물건을 정리하느라고 힘들게 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물건들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는, 책들을 중고서점에 내다 팔았습니다. 그다음은 중고 거래로 물건을 줄여나갔습니다. 직접 샀거나, 선물로 왔거나 간에 결국은 사망으로 끝난 가련한 식물들의 빈 화분이 마침내 전부 집을 떠났을 때, 정말 속이 후련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던 차에 '미니멀리즘'을 알게 되었고,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미니멀한 소비와 라이프 스타일, 인티제가 추구하는 효율성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그 지점에서 또 한 번 큰 자각을 합니다. 물건을 사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 중고거래나 처분하기 위해 사용 시간, 그 시간들이 소중한 나의 재산이라는 것을요. 이제 관심은 물건을 처분하는 것에서, 잘 들여놓는 것으로 넘어갔습니다.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고, 햇빛이 드는 창에는 예쁜 커튼이 쳐져있는 작지만 아담하고 아늑한 방. 자취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그려볼 만한 장면입니다. 예쁜 방으로 꾸미고 싶어서 이런저런 소품들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러다 하드웨어면에서 열악한 자취방의 현실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인테리어는 일단 사치라고 보류해 두더라도, 자취생활 꿀팁 용품이라고 하면,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나 둘 사게 되기 쉽습니다.


물건을 내 공간 안으로 들여놓기 전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건은 존재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저도 버리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입니다. 물건은 물리적으로 공간을 차지합니다. 심리적으로는 그 물건의 효용을 만들어야 한다는 잠재적인 압박을 주죠. 예전에는 다다익선이라 생각했던 공짜 사은품들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들어온 물건을 내보는 데는 결정과 실행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결정의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쓰기 싫어서 그냥 살다 보면 공간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물건들이 차지하게 될 겁니다. 내가 고심해서 고르고 비용을 지불한 물건은 더욱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물건이 꼭 필요한 사람을 그 타이밍에 떠올리고 만나서 전해준다는 것이 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쉽지 않죠. 중고거래로 되팔기? 필요한 사람에게 물건을 주고, 원래값에는 못 미쳐도 얼마간의 돈을 받는 것으로 위안 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냥 공짜일까요? 그것을 위해 '시간'이라는 재원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구석에 박혀 완전히 잊히는 존재들도 생기는데, 결국 이런 것들은 이사 갈 때 '처박아만 놓고 실제로는 쓰지 못해 버리는 쓰레기'가 되고 말 뿐입니다. 결국 비용을 지불해서 처리하게 됩니다. 전지구적으로 자원의 낭비입니다.



물건을 네 공간 안으로 들여놓기 전, 이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야 한다. 물건을 사용하는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고, 쓸모가 다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방법까지도 감당할만할 때,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어느 날 눈에 띄어서 사고 싶어지는 것은, 꼭 필요한 게 아니다. 그것 없이도 이제껏 잘 살아왔다.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모르고 살았을 물건이다. 충동적인 물건 구입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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