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선면 Apr 19. 2023

소천(召天)

하늘의 부름을 받다

2022. 5. 1.(일)


오늘, 오랜만에 교회에 나갔다.


코로나로 한동안은 대면예배가 엄격히 제한되었고, 그나마 봄이 되면서 규제가 완화되어서 원하는 사람들은 방역규칙에 준해서 현장대면예배를 드리도록 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안되는데도, 철저한 방역의식 때문이라기보다는, 온라인예배의 편리함에 젖어 있어서 다시 현장으로 갈 결심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어머니의 몫까지 걷는 마음으로 걸으며 묵상한 그간의 시간 끝에, 교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육신이 이렇게 말짱하고,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가.

몸이 아파서 병상에 누워있다면, 이렇듯 건강한 몸으로 주일예배를 가고 싶어 사모하지 않았겠나.

이렇게 좋은 시간. 이렇게 건강한 시절을 돌이켜보면, 아쉽고 그리울 일이 아닌가.


교회 본당은 사람들이 적어 한산했다. 그래도 성가대는 늘 현장에 나와서 마스크를 쓰고 찬양을 했다.

찬양이 시작되자, 오케스트라 반주와 성가대의 찬양소리가 넓은 공간을 힘 있게 매웠다.

온라인 예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공간감, 울림이 내 몸에 닿는다.

아!

찬양이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흐느껴 우느라고 몸이 덜덜 흔들렸다.


어머니가 육신을 벗어, 가시게 될 좋은 곳에는 이런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고 했다.

육신의 연약함, 질병, 고통을 다 벗어나 자유로울 곳에서.

그곳에 도착한 어머니는 이런 노래와 음악을 대할 것이다.

그 감격을 상상하며 울었다.


설교 후에는 광고시간이 있다. 이런저런 교회행사에 대한 안내를 하고 교우동정도 알린다. 개업, 이사, 출산, 입원, 퇴원, 군입대, 제대, 결혼,


그리고 소천.

기독교에서 사망소식을 알릴 때 쓰는 표현.

부를 소. 하늘 천.


중대형급 교회라서 한주에 소천광고가 보통은 두 세건, 많을 때는 다섯여섯도 된다.

오늘도 소천광고가 있었다.


사회를 보시는 목사님은 담담하게 돌아가신 분을 알리셨다.

-000 구역 000 집사님의 친정부친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000 집사님은 00여전도회 소속이고, 장지는 ...


이제껏 매주일마다 들어온 소천광고인데, 오늘은 저 음성과 이 상황에 내 이름을 넣은 상상이 훅 튀어 올랐다.

-000 구역 000 집사님의 친정모친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000 집사님은 00여전도회 소속이고, 남편 000 집사님은 00 남전도회십니다. 장지는 제주도...


내가 없는 이곳에서 내 이름이 불려질 것이다. 언젠가.


몇 마디 소천광고가 있기까지, 각자는 얼마만 한 사연들을 뒤로하고 그 시간에 닿은 걸까.

그리고 가족들은 또 어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이 시간에 닿은 걸까.


저마다 애도의 시간을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 때로 그 슬픔을 가늠할 공감력이 없는 이들은, 그저 일상의 얼굴로 맞이한다. 그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깊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조금 오래도록 옆에 있고, 말없이 기다리고, 들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나는, 그래줘야겠다.




 







 






이전 18화 내 아이들 대신 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