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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선면 Apr 26. 2023

우물 안 개구리

2008년, 오계아 님의 두 번째 책

서시


오계아


황혼의 짝사랑으로

아비 없이 출산된

오줌싸개 똥싸개들

봐주신다는 서울로

입양을 보내는 마음은

구름같이 가볍네요


아무도 몰래 낳고

몰래 크던 호로자식

입양받는 스토리문학

하늘만 한 고마움에

엎드려 감사드리며


비행기 태워봅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진학상담 및 원서작성 때문에 학교에 오시라는 연락을 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들은 고백인데, 어머니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도 어머니는 고백했다.

본인이 너무 아는 게 없고, 무식하니, 괜히 학교에 갔다가 자식 허주(창피, 상처)만 낼 것 같아서 그랬단다.


어머니는 학교에 나타나서 자식의 부끄러움이 되지는 않았으나, 나타나지 않음으로 해서 선생님들이 나에게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의 꼬리표를 달게 했다. 그 꼬리표는 어느 날엔가 선생님의 입에서 말로 나에게 전해졌다.


어머니의 부끄러움이 나에게까지 옮아왔다. 아는 것이 없어 세상살이에 자신이 없던 어머니의 모습이, 나를 더 독하게 하기도 했고, 나를 더 무르게도 해서, 어머니가 안쓰러우면서도 밉고, 부끄러우면서도 서글펐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만의 글쓰기세계에서는 부끄러움도 불사하고 홀로라도 그 길을 갈 만큼 끈질기다는 것. 그 점이 나를 서운하게 한 진짜 이유였다.


어머니의 글쓰기는 나에게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형체없는 또다른 자식이 맞다!


자신의 무식이 부끄럽다던 어머니가 2008년 월간지 공모전에 시를 내고, 등단을 했다.

세상 용감한 오계아 여사님!

글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리는 데는 이렇게 적극적이시다니요!


어떻게 과거의 어머니의 모습에 손가락질하겠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이지.

어머니 스스로가 제목에 밝히고 있다.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작은 우물이었는지.

여전히 작은 우물이라고 겸손히 말하고 있으나,

예전에 갇혀있던 자신의 세계에서 더 너른 세계로 나아가는 것만은 확실했다.


오계아 님~

어디까지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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