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진학상담 및 원서작성 때문에 학교에 오시라는 연락을 했던 모양이다. 나중에 들은 고백인데, 어머니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도 어머니는 고백했다.
본인이 너무 아는 게 없고, 무식하니, 괜히 학교에 갔다가 자식 허주(창피, 상처)만 낼 것 같아서 그랬단다.
어머니는 학교에 나타나서 자식의 부끄러움이 되지는 않았으나, 나타나지 않음으로 해서 선생님들이 나에게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의 꼬리표를 달게 했다. 그 꼬리표는 어느 날엔가 선생님의 입에서 말로 나에게 전해졌다.
어머니의 부끄러움이 나에게까지 옮아왔다. 아는 것이 없어 세상살이에 자신이 없던 어머니의 모습이, 나를 더 독하게 하기도 했고, 나를 더 무르게도 해서, 어머니가 안쓰러우면서도 밉고, 부끄러우면서도 서글펐다. 그러나, 그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만의 글쓰기세계에서는 부끄러움도 불사하고 홀로라도 그 길을 갈 만큼 끈질기다는 것. 그 점이 나를 서운하게 한 진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