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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Feb 24. 2023

입덧과 식욕의 상관관계

마음껏 먹었던 합당한 사유

첫째를 임신했을 땐 지옥철이라 불리는 라인을 타고 무려 편도 1시간 20분 출퇴근을 했었다.

만원 지하철에 끼여 퇴근을 할 때면 늘 속이 메슥거렸는데 마치 뱃멀미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의 울렁울렁함은 퇴사를 울부짖게 만들 만큼 힘들었다.



도저히 구역질이 나와 참을 수 없어서 가방을 마구 뒤지니 초콜릿 하나가 나왔다.

왠지 이 초콜릿을 입속에 넣으면 울렁증이 사라질 것만 같았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초콜릿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정신이 돌아왔고 울렁증 또한 일부 사라졌다.



대체 이게 무슨 증상일까. 열심히 맘카페를 뒤져보니 먹덧이란 단어가 어나왔다.

입덧의 종류 중 하나인 먹덧은 속이 울렁거려 계속 뭔가를 먹게 되는 증상으로 입덧 중에선 그나마 통의 단계가 낮다고 한다.(먹으면 증상이 완화되기에)



그때 그 입덧 덕분에 첫째 임신 때 22kg이 쪘다지.



하지만 둘째 땐 달랐다.

먹덧이 아닌 토덧이 찾아온 거다.

그땐 사람 체취, 기름 가득한 음식 냄새를 맡으면 바로 구역질 혹은 토가 나왔고 심지어 음식이나 냄새를 상상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토가 나왔다.

식사를 할 때 구역질이 나와서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했던 힘든 시기가 지나니 이거 웬걸. 이 세상 모든 음식이 너무 맛있는 거 아닌가!



그동안 입덧으로 못 먹은 탓에 내 안에 숨어있던 식욕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특히 림이 듬뿍 들은 빵을 한입 베어물 때 어찌나 행복하던지.

또한 이사 온 동네엔 식당이 많아서 매일 남편과 첫째 아이와 함께 동네 맛집 도장 깨기를 하며 가족 간의 단합을 다졌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때 정말로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둘째 임신 때도 22kg이 쪄버렸다.



두 번의 임신기간을 걸쳐 총 44kg 찐 것에 대해 입덧 때문이었다는 나름 합당한 이유를 댈 수 있어서 참말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명절 큰댁 방문 시 눈만 마주치면 살찐 걸로 늘 잔소리하는 큰아버지가 들으면 아마 한소리 하시겠지? 후후!

(며칠 전 친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서 큰아버지를 오랜만에 뵀는데 출산 후 살찐 내 모습을 보고 한소리 하고 싶어 입이 움찔움찔거리셨으나 차마 장례식장에서 잔소리할 수 없어서 참으시는 모습을 포착했다. 자기 관리 끝판왕 큰아버지 최고!)




첫째 임신 때를 기준으로 현재까지의 내 체중변화를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임신 때 22kg 찌고 아이가 돌 되기 전까지 23kg을 감량했었다.(57kg=>79kg=>56kg)



그리고 회사 복직 후 일-육아 병행으로 운동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워킹맘의 삶이 너무나도 힘들어 육퇴 후 남편과 종종 야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

그래서 다시 4kg이 쪄버렸다.(56kg=>60kg)



그러다 둘째를 임신하고 고통스러운 입덧 기간이 끝나고 난 후 식욕이 화산처럼 폭발하여 다시 22kg이 쪄버렸다.(60kg=>82kg)



역시 모태뚱녀답게 체중변화가 꽤 재미있다.

사실 체중변화는 20대 때부터 꽤나 오르락내리락 해왔었다. 하지만 이렇게 22kg 찌고 빼고 다시 찌는 과정이 3년 안에 이뤄진 적은 처음이기에 이번 기록이 나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다.



어찌 되었든 체중의 롤러코스터를 탑승하게 된 지금, 엄청나게 짜릿하고 흥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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