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일 중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공휴일, 하지만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출근한 지 5분 정도 지났을까? 제빙기에서 얼음을 채워 넣고 그라인더에 원두를 채워놓고 포스 기를 켜고 오븐을 예열하고 부랴부랴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는 데 때마침 중년 남성 손님이 들어오셨다.
“오픈한 거죠?”
“네~!! 오픈했어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랑 베이글 하나 주세요”
“네~ 아메리카노랑 베이글 준비해 드릴게요! 아, 고객님 그런데 지금 오븐 예열 중이라서 시간 조금 더 걸릴 수 있어요~ 한 5분 정도요~ 괜찮으세요?”
“네 준비해 주세요~”
빨리 오븐이 예열되기를 기다리며 아메리카노를 준비하기 위해 에스프레소 샷 추출을 하고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받아 그 위에 갈색 크레마가 동동 띄어진 에스프레소를 부었다. 그리고 예열된 오븐에 플레인 베이글도 노릇노릇하게 구워 고객님께 제공했다.
“주문하신 베이글과 아메리카노 드릴게요~~”
중년의 남성 고객님은 성큼성큼 다가오셨다. 쟁반 위에 놓인 아메리카노와 베이글을 두 손으로 챙기시며 시선은 나를 향하셨다. 할 말이 있으신 눈빛으로 입술을 떼셨다.
“여기 카페 사장님이세요?”
“네? 아! 아니에요~~ ㅎㅎㅎ 맛있게 드세요!”
고객님의 질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어디 사장님 같이 보였나? 그럴 나이로 보이긴 하나보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정도 보이는 거겠지?’
갑자기 서글퍼졌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기도 하고, 외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카페 오픈 준비를 마저 하며 어제 발달심리학 수업이 생각났다. 생생하게도 저 멀리서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성인 전기 20살과 40살 이 사이에는 직장을 꾸리고 직업을 선택하고 자기가 경력을 쌓아가야 해요.”
Super의 자아개념이론(Super’s developmental self-concept theory) 세 번째 확립기(establishment stage)는 25~44세까지를 말하며 자신에게 적절한 분야를 발견해 종사하면서 직업세계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립해 나아간다. 선택한 일의 분야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자신에게 맞는 직업으로 바꾸는 시행기(25~30세)와 선택한 직업에서 안정되게 일을 하면서 만족과 소속감을 경험하며 더 높은 지위로 승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정기(31~44세)로 나누어진다. (발달심리학 -학지사)
고등학생 때 나는 직업으로 바리스타를 선택했다. 경력은 열심히 쌓아갔다. 내가 바리스타로써 경력이 17년 차가 되었다. 경력은 열심히 쌓았지만 안정감은 없었다. 창업하기에는 카페가 워낙 많았고 창업할 자금의 여유도 나에겐 있지 않았다.
직업을 바꾸는 시행기 마저도 늦어버렸지만 불안한 마음에 일하면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따놓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내가 했던 일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발달심리학에서 성인전기에 속해 있는 나는 나의 지위를 확립해 나아가지도 못했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상담사를 하기 위해 상담대학원에 진학을 도전했다. 지금의 나의 나이는 선택한 직업을 통해 안정기를 얻게 되는 나이인데 안정보다 나는 불안기에 더 가까웠다.
고객님께서 나에게 ‘사장님이세요?’라고 질문한 이 질문 하나가 나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30대 후반에 40을 바라보고 있는 나로 써 현실을 직시하니 갑작스레 비참하고 우울감이 들었다. 침울해하고 있는 중에 다시금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교과서가 옛날 책이라, 수명이 길어지면서 지금 이 시대와 맞지 않고 시기가 많이 늘어졌어요. 유아기, 청소년기, 중년기, 노령이 더 길어져서 이건 다 안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