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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주 Jul 11. 2024

상담 대학원생의 일상 일기

#4 괜찮아요. 고마워요.


 장마가 한창인 7월.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하루종일 비가 왔다.

어떤 날은 비가 오다 안 오다를 반복해서 가방에 늘 우산을 챙겨 다녔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 주차할 곳이 없어 동네 골목길을 두어 번 돌다 겨우 찾아 주차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는 순간 갑자기 후드득후드득 비가 내렸다.


한두 방울 떨어졌던 비는 순식간에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자동차 앞유리를 뒤엎었다. 아주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가방과 우산을 챙기며 나가려는 그때 조수석 유리창 너머로 우산을 쓰지 않은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조그만 비닐 가방으로 머리를 감싸며 온몸이 젖은 채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으로 가고 계셨다. 


'차 트렁크에 여분 우산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분을 놓칠세라 나는 황급히 트렁크에 있는 색 노란 색상의 장우산을 챙겨 그분에게로 뛰어갔다. 구두를 신었던 터라 빨리 쫓아가지 못했지만 성급히 그분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저기요~~~!! 선생님~~ 이 우산 쓰세요"


 남자처럼 쇼트커트 머리를 한 여성분께서 동그랗게 눈을 뜬 채로 나를 바라보시고는 곧 말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바로 뒤돌아 가려다 얼굴이 나에게로 향했다.

"고마워요~"

"아... 저기...!"


 거절하신 게 미안하셨는지 곧바로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셨다. 나는 한 번 더 권유하고 싶었지만 내가 더 말하기 전에 급히 걸어가셨다.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비 오는 골목에서 그분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감기 걸리실 것 같은데...'


 허름한 옷차림에 남자 같은 헤어 스타일, 가방도 아무것도 없이 핸드폰 하나 들고 머리 위에는 시장가방처럼 생긴 조그마한 투명가방에 자신의 머리를 넣고 걸어가신다. 나의 시선이 그분의 어깨에 닿았다. 이미 많이 젖으신 상태였다.


 우산이 2개여서 1개를 드리고 싶었다. 양손에 쥐어진 우산이 민망했다. 우산을 받지 않아서 당황스럽다거나 기분이 불쾌했다거나 그런 감정은 전혀 없었다.

단지, 그분이 나는 걱정이 되었다. 

'한번 더 권유해 볼걸 그랬나? 이미 거절하셨는데 부담드리는 걸 수도 있잖아...'

이런 생각들을 하며 마지못해 터벅터벅 집에 걸어갔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가 참 많이 변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그분이 비를 맞고 가던 어떻게 가던 나와 상관이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분의 차림새를 보고 평가하는 것은 실례인 것을 알지만,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이전의 나였다면 분명 오히려 그런 분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피했을 것이다. 오히려 나에게 접근하거나 다가올까 무서워 겁먹었을 것이다.


 내 마음이 조금씩 치유가 되고 나의 문제들이 하나둘씩 해결이 되어서일까?

많은 공부를 통해 사람들의 아픔을 알게 되어서일까?

저 여성분의 입장에서 왠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우산을 준다고 하니 당황하셨을까? 불쾌하셨을까?

나에겐 그 우산의 가치가 높지 않았는데 그분이 바라보시기에 너무나 좋아 보이는 색 노란 우산이라서 받기 부담스러우셨을까? 3~4000원 정도의 저렴한 우산이었으면 편하게 받으셨을까?

나는 선의였지만 저분의 입장에서는 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혹시나 불편함을 드린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괜히 죄송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거절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은 또 어떤 인생의 삶을 사신 걸까? 하는 걱정의 마음도 들었다.

비가 오는 날... 

마주친 그분으로 인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저녁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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