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감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며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혹시 TCI 검사를 해보신 분이 계실까요?]
[저요. TCI 검사 필요하신가요?]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ㅋㅋ]
[안 그래도 지난번에 제가 강의를 들었거든요 ㅎㅎ 결론은 MBTI 따위 버려 버리자였습니다.]
위의 대화는 독서모임 카톡 방에서 한 회원님과 내가 나눈 대화이다. 상담대학원에 다니면서 여러 가지 상담이론과 성격 검사를 배우고 테스트도 한다. 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특강과 자격증 공부로 학기 중 보다 더 바쁘게 지내지만 각종 강의와 검사들은 나에게 유익했다.
최근에 TCI 강의를 들었던 나는 회원님의 질문에 흥분하며 대답을 했다. MBTI 검사, TCI 검사, MMPI 검사, 애니어그램 등 여러 가지 성격 검사가 있다. 나는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다양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MBTI만으로는 나를 전부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다른 검사도 마찬가지이다.
며칠 전에는 인스타 릴스를 무심코 넘겨보다 이상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에서는 침대 가운데 한 남성이(이분 MBTI가 ‘T’ 였기 때문에 눕여놓은 듯했다.) 십자 모양으로 누워있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T라 미숙해’라는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 속 사람들은 웃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다.
나는 그 영상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갑작스럽게 MBTI가 흥하다 못해 너무나 편협적이고 편파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공감을 못해준다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T’라서 미숙하다는 것은 어느 관점에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면 ‘F’는 성숙하다는 것인가?라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공감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며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TCI 강의를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부분이다. TCI 검사 중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공감을 잘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반적 공감과는 다르다고 한다. 사회적 민감성 점수가 평균보다 높은 사람이 공감을 잘하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좀 더 잘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언뜻 보면 공감을 잘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MBTI에서 ‘T’인 사람도 TCI검사에서 사회적 민감성이 높다면 사람들의 감정을 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반면에 ‘F’인 사람이 사회적 민감성이 낮으면 오히려 상대에 대한 감정이 둔해서 공감을 못할 경우가 있다.
MBTI에서 ENFP인 사람이 애니어그램에서는 7번 유형인 머리형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공감’이라는 프레임으로 사람을 단정 짓고 ‘미숙하다’라는 생각은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당사자가 아닌데 어떻게 쉽게 공감할 수 있을까? 같은 상황이라도 기질과 성격이 다르고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쉽게 공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교만이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상대의 감정을 민감하게 잘 느끼냐 그렇지 않냐 에 차이 일 것 같다.
공감: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네이버표준국어대사전)
공감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공감을 잘한다는 F는 T의 마음과 감정에 공감을 못해 주면서 과연 그것이 공감을 잘하는 것일까? 애초에 MBTI라는 성격검사라는 것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상대방을 배척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인정하고 수용해 주기 위함 인가?
나는 우리 모두가 미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각자의 달란트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틀에 갇혀 그러한 시각으로 나 자신을 또한 상대방을 바라본다는 것은 무한한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가둬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격유형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은 참고하며 잘 몰랐던 나 자신과 상대방을 알아가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수용할 수 있는 도구로써 사용하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