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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주 Aug 01. 2024

상담 대학원생의 일상일기

#7. 터널과 동굴


 오늘도 어김없이 하늘에서 아주 큰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는 것 같이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새벽 아침부터 하늘에서 계속 쏟아져 내렸다. TCI 기질성격검사 위험회피 99점인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출근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무서웠다. 출근이 아니라 약속이었다면 분명 취소를 했다.


 안 그래도 경차로 편도 1시간을 운전해야 하는데 폭우로 인해 앞이 하나도 안보였다. 

‘오늘 출근이 어려울 것 같아요’라는 말을 꾹 눌러 담은 채 나는 시동을 틀었다.


평소 운전할 때에도 큰 트럭들이 나의 차 뒤에 있을 때마다 긴장을 했었다. 이렇게 큰 폭우가 오니 앞뒤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운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무서움, 불안함과 긴장감이 엄습했다. 그렇게 국도를 달리는 도중에 중간에 터널에 진입했다.



‘오, 터널이 이렇게 아늑하고 안전할 수가!!!’



 이전엔 터널이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장마로 인하여 쏟아지는 빗길 사이에서 터널은 나에게 너무나도 안전지대였다. 그런데 아뿔싸 너무 마음을 놓인 탓일까? 나도 모르게 속력을 냈고 터널을 지나 터널 밖으로 나갈 때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운전을 했다.


“아악!!!”



 도로 위 물살과 앞에 쏟아지는 폭우에 직진으로 달리던 차가 미끄러지 듯 오른쪽으로 쏠렸다. 결국 나는 울음 터트리고 말았다. 터널 밖의 상황이 이렇게 험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 못했고 다음 터널을 기다리게 되었다. 비상 깜빡이를 켜고 나는 천천히 운전을 했다.


다음 터널에 입장했을 때 다시 한번 마음에 평안함을 얻었고 터널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내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마음이 힘들면 동굴로 들어가는 그 심정이 이런 걸까?’


 동굴 밖의 감정이 너무나 휘몰아치고 슬프고 주체할 수 없고 감당이 안되기 때문에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동굴 안에 있는 사람을 억지로 꺼내면 다시 휘청거려서 또 넘어지고 다시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꽉 채워 갔다.



 한번 휘청거렸던 경험으로 인하여 이다음 터널 밖으로 나갈 땐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터널 밖으로 진입했다. 안전했다. 휘청거리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이 않을까? 괜찮다고 동굴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천천히 알려주고 동굴 밖의 감정이 비바람처럼 휘몰아쳐도 천천히 중심을 잘 잡고 나가면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그렇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면 괜찮지 않을까?


 폭우가 내리는 날 운전하는 무서움과 두려움 속에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동굴로 들어갔을까, 동굴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그 마음 또한 이해가 되었다. 

내가 그랬으니까. 터널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으니까.


그 동굴 안에서 얼마나 외롭고 떨고 힘들었을까?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심정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조금 체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나는 ‘해결해야지 왜 회피하며 숨는 거야?’ 이런 생각과 마인드였는데 너무나 나의 위주로만 생각한 것 같았다.

 이런 귀한 깨달음을 얻으며 나는 엄마에게 '내년엔 꼭 차를 바꾸고 싶다' 며 엄포를 놓았다. 

내가 차를 바꾸듯 마음의 감정을 업그레이드한다면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조금은 덜 두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의 마음의 근력을 향상해 줄 수 있는 마음 근력 트레이너(상담사)로서 단단하게 서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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