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대학원생의 일상 일기
#2. 내가 진짜 아이스로 시켰어요?
날씨가 더워지면서 커피를 아이스로 시켜서 드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요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주문을 하려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해야 한다. 별다방 빼고는 대부분 카페에는 키오스크가 있다.
(키오스크: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인정보 단말기. -네이버 국어사전)
고객님께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시면 바에 있는 탭에 메뉴창이 뜬다. 그럼 메뉴 목록을 보고 그 순서대로 음료를 제조한다. 키오스크에는 장단점이 있다.
사장님 입장에서 장점은 인건비 감소가 있다. 직원 입장에서의 장점은 고객과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명히 손님이 주문하실 때 아이스로 주문해 놓고 ‘저 아이스 안 시켰는데요?’ 이렇게 말하시는 고객님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녹음기 켜서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본인이 말하고도 무엇을 말했는지 모르며 안내를 해드려도 우기는 고객들이 많았다.
단점은 어르신 또는 나처럼 기계치인 분들에게는 키오스크 사용을 많이 어려워하신다는 점이다. 키오스크 이용을 하시다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잘 안된다며 화를 내시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음료를 제조하다 중간에 키오스크 사용하는 방법을 도와드리다 보면 제조가 늦어지고 음료가 늦게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머! 제가 차가운 거 시켰어요?"
"네...! ICE로 주문이 들어왔는데요 고객님...^^;"
"누르는 게 없었는데~ 아휴~ 어쩔 수 없죠 뭐"
나는 속으로 '버튼이 없을리가요ㅜㅜ... 맨 처음 뜨는 것이 ICE & HOT인데...'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장이 아니고 고객님께서 실수하신 부분으로 내가 어떻게 해드릴 수 없어 안타까웠다.
얼마 전 이 상황과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진짜 아이스로 시켰어요?’였다. 키오스크에 주문하신 주문 내역서가 음료 제조하는 태블릿 PC에 정확하게 표시되었고 나는 그것을 보고 음료를 제조해 드렸다.
나도 사람인지라 혹시나 내가 잘못 보았나 싶어서 다시 확인했지만 분명히 아이스였다.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중년의 아저씨는 무례하게 성큼성큼 바안으로 들어오시며 자기 눈으로 태블릿 PC 화면을 직접 확인하셨다.
이 상황을 바라본 나는 당황하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상담을 배우고 있는 나의 시각과 생각은 이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분은 나의 말을 믿지 않고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시는 경우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분을 이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분의 행동을 관찰하며 생각에 빠졌다.
‘이분의 심리와 태도(행동)는 무엇에서 반영된 것 일가?’ '이분을 지배하는 무의식은 어떤 것일까?'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지만 그 상황을 수용하지 않으시고 우기시는 고객님의 모습에 예전 같았으면 ‘진짜 진상고객이네 왜 저래~’ 하며 감정이 상했을 텐데 상담대학원을 다니는 지금의 나는 저 고객님의 심리와 행동이 궁금해졌다.
아마 본인은 모르시는 무의식적 방어기제 본능에서 나오는 반응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 건강한 사람의 자아를 가진 사람이라면 ‘아, 제가 잘못 눌렀나 봐요~’ 하며 인정하고 넘어가신다.
본인이 직접 확인까지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현실을 부인하시는 고객님을 보며 이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조금 더 오지랖을 가미해서 말한다면 저분의 일상생활은 괜찮으실까? 하는 걱정까지 되기도 했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보통 카페직원을 같은 서비스 종사자를 사람으로 인식하고 마주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다. 나와 관련되지 않은 인물이며 자신의 필요한 목적 커피와 그 외의 것들을 내가 지불한 돈에 맞게 준비해 주는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목적에 중심이 되어있기 때문에 직원이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의 것을 훼손당한 기분도 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음료를 먹고자 하는 욕구)을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면 그 직원에게 너무나 쉽게 분노를 표출한다. 정중하게 요청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서비스 종사자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숙도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께서는 반찬을 서빙해 주시는 식당 종업원에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감사함을 느끼는시나요? 아니면 내가 돈을 냈으니 당연하게 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