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자궁내막증을 얻다.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며 혹의 사이즈를 재는 듯했다. 자궁을 살펴보는 기구를 왔다 갔다 하며 신중하게 살피시는 것 같다. 미간에 주름을 잔뜩 힘주시며 화면을 심각하게 보고 계셨다.
“아무래도 자궁내막증이 의심되네요”
“그… 그게 무슨 말씀 이세요? 선생님?”
“심각하면 불임이 될 수도 있어요.”
“부… 불임이요?!”
아직 20대 초반인 나에게 불임이라니 의사 선생님의 실력이 의심이 되었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여성 생식기가 약해 조금만 무리를 하면 방광염에 잘 걸렸다. 그래서 방문 한 회사 근처 산부인과였다. 간호사언니가 초음파도 받아보라 권하셔서 얼떨결에 검사를 했는데 뜻밖의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다.
“생리하면서 사라질 수도 있으니 한 달 후에 재검사받으러 오세요”
“네…”
병원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터벅터벅 걸어 나온 나는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을 다시 떠올리며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하며 귀를 의심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나에게 병이라니? 난 열심히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확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병을 얻은 것만 같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지만 충격 탓에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초록색 창을 띄우고 ‘자궁내막증’을 검색했다.
[자궁 내막 조직이 약해져 생리혈 일부가 역류한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에 들러붙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커지는 종양.]
고등학생 때부터 약을 먹지 않으면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었는데... 생리가 역류하느라 생리통이 그렇게 심했나 보다. 그렇게 한 달을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일도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루하루가 우울증과 눈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뒤 병원.
“혹이 그대로 있는 거 보니 자궁내막증이 맞네요. 제가 소견서 적어드릴 테니 서울에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마음을 먹고 왔지만 혹이 사라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견서를 받고 병원을 나왔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 눈을 뜨기 어려웠다. '날씨는 또 왜 이렇게 화창한 거야?'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날씨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핸드폰을 열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하고 떨어져 산지 벌써 5년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상황에선 엄마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와 서울에 있는 병원을 방문하여 재검사를 받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새로운 사실은 혹이 양쪽에 있어서 복강경 수술을 양쪽으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병원에서 엄마와 헤어진 후 회사로 와서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사정을 말씀드렸고 상의 끝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 후 집으로 와서 일주일간의 입원준비로 짐을 꾸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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