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예요 ㅎㅎ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을 때, 그 짐작이 현실이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최대한 입 밖에 내지 않으려고 한다. 뭔가 시작도 전에 김 빠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좋은 일의 현실화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나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닿아 있는 소중한 일일수록 더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인지 13일 날 받은 뉴욕 패션위크 합격통보 메일 소식도 가족에게만 알리고 그 외 주변인에게는 입을 꾹 닫았다. 심지어 가족한테 알리는 것도 뜸을 들여서 했다. 사실 메일 내용이 믿기지가 않았다. 에스팀 주최 서울패션위크오디션 1차 합격, 대한민국 한복모델 본선진출 소식도 받을 때 정말 기쁘고, 좋았고, 잠깐이나마 현실감을 잊은 듯 한 느낌을 누렸지만, 뉴욕패션위크는 정말 꿈이었어서 내가 그 행사에 입성하게 된 것도 꿈일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2023년 여름, 처음으로 모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나는 적어도 3, 4년 정도는 되어야 나의 노력들의 결실을 이루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아직 모델로서 성공을 이루기엔 멀었지만, 겨우 반년 내에 한국 내 오디션들에 연이어 합격하고 무려 뉴욕패션위크에 설 기회까지 얻었다면 꽤 notable 한 진전 아닌가? 예상 못 한 결과였기에 더 기뻤고, 선물 같은 기회이니 더욱더 확실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follow-up 이메일을 눈이빠지게 기다렸다. 그 연락은 곧 왔다.
오늘 (2024년 1월 16일) 오전 9:30분에 뉴욕패션위크 내에서도 내가 서게 될 행사를 개최하는 The Model Experience (TME)의 직원들과 함께 줌통화를 했다. 웨비나 형식이었고, 그 통화 동안에 나는 행사에 대한 정보를 더 받을 수 있었다. Virtual Training Session 은 8월 24일, 실제 행사는 9월 13일, 뉴욕 맨해튼의 Armory Arena에서 열린다. Virtual Training Session 에는 Wilhelmina (켄달 제너가 처음으로 전문 모델 계약을 한 에이전시)와 Ford Models 같은 업계의 큰 이름들의 스카우트 분들도 참석하신다. 그분들 눈에 띄는 모델들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9월 13일 행사에는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들 (작년 행사에는 Kali Uchis와 Doechii 등의 인지도 높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초대되었다)이 공연하는 무대에서 한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입고 런웨이를 서게 된다. 심지어 레드카펫 촬영기회도 있다고 한다. 너무 혜택이 많아서 한 번에 다 기억이 다 나지 않을 정도이다. 이 모든 혜택을 보장받기 위해서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내 앞으로 주어지는 쇼 티켓 8개를 7월 8일까지 모두 판매 완료하는 것. 티켓수령 후 10일 내에 판매완료하면 무료 포토슛 기회까지 추가적으로 얻게 된다.
일단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다. 내가 얼마나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달렸는지 다 보시고 아셨을 테다. 이 아이는 꼭 모델 일을 끝까지 이루어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자기 전에 폰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엄마와 여러 주변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침대에 누운 새벽에도 폰을 손에서 놓질 못했다. 인스타 서핑을 하느라 그랬는데, 그때마다 모델 네트워크와 모델 개인의 계정을 뒤지면서 내가 도전해 볼 만한 에이전시를 찾느라 바빴다. 그럼 또 아침에 일어나서 밥 챙겨 먹고 나갈 준비 해 놓고 나서는 빨리 지원서를 작성해 보내는 식으로 적어도 한 20곳은 지원한 것 같다. 이 밖에도 난 인스타를 할 때면 패션 매거진을 통해 패션 소식을 접하고, 새로운 브랜드의 카탈로그를 보면서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제품과 트렌드를 스크린샷하며 시간을 보냈다. 직접 발로 많이 뛰기도 했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뉴욕에도, 필라델피아에도 당일치기로 혼자 다녀왔다. 정말로 숨 돌릴 틈조차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서 학교에 돌아오면 할 일이 또 있었다.
예시로 필라델피아 오디션 보는 날을 회상해 보면. 토요일이어서 난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아카펠라 연습을 하고, 마치자마자, 전날 밤 챙겨 놓은 캐리어를 끌고 10분 내로 기차역으로 달려가 Princeton Junction 가는 기차를 탔다. Princeton Junction에 도착해서 Trenton 가는 기차를 탔고, Trenton에서는 처음 타 보는 필라델피아행 가는 기차를 탔다. 2시간 후 필라델피아에 도착해서 잠시 커피충전하고, 나중에 저녁으로 먹을 채소 샌드위치를 구매한 다음에, 바로 오디션 장소로 우버를 타고 향했다. 오디션 장소에서 힐로 갈아 신고 한 20분 대기하고 나서 드디어 보게 된 내 오디션은 겨우 5분이었다. 그 5분을 끝내고 나오면서 더 길어진 대기 줄을 지났는데, 마음이 너무 헛헛했다. 그 5분이 즐거웠지만 너무 짧았고, 의미 있었지만 그 순간 같은 시간을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려서...후회하지는 않았다. 이 모든 생각을 나중에 다시 풀어볼 생각으로 꾹 눌러 담고, 오디션 장소 밖의 복도에서 채소 샌드위치를 먹고, 다른 아시아계 모델을 한 명 만나서 인사한 후 바로 화장실을 들렀다가 다시 우버를 불러 기차역으로 향했다. 필라델피아의 교통체증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는 가는 내내 너무 마음이 답답했다. 기차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딱 내 기차 출발시간이었다. 그 기차를 놓치면 두 시간 정도를 더 기다리고 새벽이 되어서야 프린스턴에 귀가하게 될 터였다. 영어가 어눌하신 우버 기사분께 손짓발짓으로 빨리 달려달라고 부탁해서 1분, 2분, 3분... 이렇게 소요시간을 단축해 나갔다. 감사하게도 기사분이 요청에 응해주셔서 5분이나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캐리어를 끌고 그 넓은 기차역을 달리고 또 달려 기차 타는 플랫폼에 겨우 도착했다. 또 2시간 동안 몸을 기차에 실어 Princeton Junction에 도착하고, Princeton에 도착했다. 종일 다음 목적지로 뛰느라 하루를 보낸 것이었다. 방에 돌아와서 나는 짐을 풀자마자 바로 남아있는 숙제를 했다.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면서 모델 활동도 병행하고, 그 밖의 활동들도 같이 진행하느라 계속된 번아웃에 살았지만 이상하게 모델 일은 계속 더 도전하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 보기 위해 달려가는 느낌이 너무나 큰 만족감을 줬다. 심장이 꽉 차는 것을 느끼게끔 해 주었다. 그러니 내 체력을 모두 바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더 많은 모델 기회에 도전했다. 엄마는 내 모델 일이 잘 되기를 기도했다고 하시며 기차에서 두 시간 내내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셨고, 언니는 인스타에서 모델 일 관련 게시물을 볼 때마다 나에게 전달해 주고, 오디션이 끝나고 나서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을 물어 왔다. 이 두 사람에게 너무 감사하다.
감사하게 얻은 기회, 꽉 잡고 최대한 그 기회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기회도 더 많이 만들어나가고 싶다. 학교에서 계속 운동하고 식단조절하며 몸매관리를 해서, 뉴욕패션위크 런웨이에 정말 걸맞은 모델이 되어 볼 것이다. 3월에 참석하게 될 코코로샤 모델 캠프도 열심히, 재미있게 즐기고. 짬 날 때 워킹 연습도 많이 하고. 다른 오디션도 도전해 보고. 학교에서 학생사진가들과 함께 개인작업 포토슛도 다양한 콘셉트로 많이 해 보고. 무대에 준비된 모델이 되기 위해 이번 학기도 열심히 달릴 것이다. 가을에 최대한 멋있게 무대에 서고, 그 순간을 자신감 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