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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롱불 Apr 30. 2023

브런치스토리 신입 작가의 첫 달 결산

알고리즘, 알 수 없는 너의 정체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그렇게 강렬하진 않았다.



 무릇 글을 쓴다는 작가는,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베스트셀러 소설가 혹은 누군가의 프로필 배경이 되던 감성 글귀를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는 창작자라고 생각했다. 이들에 비하면 나는 그저 어릴 때 남들보다 몇 권의 책을 더 읽었고, 의무교육을 받을 때 몇 자의 글을 더 적었으며, 대학에 있을 때 몇 번의 퇴고를 더 했을 뿐. 작가라는 별세계 사람이 되기엔 거리가 멀다고 느꼈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걸까? 블로그와 같은 폐쇄된 공간에 몇 자의 단상을 적은 것이 시작이었다. 하고자 하던 일이 잘 안 될 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낄 때, 노력하지 않는 나를 볼 때, 연인과 헤어졌을 때, 하다못해 술에 취했을 때. 패배감에 젖은 마음을 글로 쓰며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했다. 첫째는 글을 쓰는 나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둘째는 내가 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공감하고 나와 같이 한 줌이나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한 공무원을 보면서부터다. 공무원 준비생때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일 년 먼저 입직을 한 그분은 인스타그램에 일기를 쓰듯 하루의 경험과 느낌을 적는 사람이었다. 그저 그런 글을 쓰는 걸 좋아하나 보다 싶었는데 몇 번의 만남을 가지면서 소설도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SF소설 비슷한 걸 쓴다고 했는데, 소싯적 판타지, 무협 소설을 꿰차고 있던 내가 또 넘어갈 수 있겠는가? 미완성 소설을 마무리 짓기 힘들다던 한 마디에 대차게 나섰고, 줄거리를 들으면서 어떤 부분이 밋밋하고 어떤 부분이 개연성이 약하며 어떠한 극적인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따위의 되지도 않는 훈수를 남발했다. 그런데 즉석에서 미완 소설의 독자가 된 내 의견을 경청하며 심지어 메모까지 하던 모습이 인상 깊은 것을 넘어 신기하게 다가왔다. 작가란 이런 모습인가? 자신의 작품에 애착을 갖고 있고 무언갈 창작해 낸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자석과도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나를 담은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글을 쓸지 오래 고민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금방 결정했다. 시, 소설, 수필 모두 좋아하지만, 시는 글맛을 살리기엔 내 능력이 부족했고 소설은 정밀한 기획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특별할 점 하나 없던, 공부하는 인생에서 벗어나 사회로 첫 발을 내디딘 것 또한 수필로 풀어내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스물아홉에 하는 첫 출근'이라는 수필을 쓰기로 하고 세 꼭지의 글을 만들어 작가 신청을 했다. 운이 좋게도 브런치스토리는 아무런 경력이 없는 나를 단번에 작가로 승인해 주었고, 4월은 작가지망생이라는 인생의 제2막이 열린 날이 되었다.



  처음 글을 올리고 나선 당연히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첫 글을 올린 첫날 조회수 15에 라이킷 5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네다섯 번째의 글을 올릴 때 즈음에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는지 다음 메인에 내 글이 올라갔고 오늘의 브런치 인기글에도 선정되었다. 수십만의 조회수를 가지고 계신 유명 브런치스토리 작가분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는 초라하겠지만, 처음 제대로 글이란 걸 써보는 내겐 너무나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좋아해 주는 것. 좋아해 주지 않아도 단순히 내 글을 보아주는 것만으로도 겪어보지 못 했던 내적 충족감이 느껴졌다. 책을 출간하지 않았음에도 이럴진대 출간작가가 되면 얼마나 행복할지 짙은 기대감이 생겼고, 익숙지 않은 행위인 주기적 글쓰기를 참고 견디는 힘이 되었다.





공무원의 공직가치인 투명성을 확실하게 지키는 모습. 조금 과하게 투명한 걸까?




알고리즘의 선택에 감동받아 바로 스크린샷 저장. 메인에 내 글이 올라간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사실 나는 운이 아주 좋은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닐 테니까.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종종 보다 보면 나보다 더 글맛 좋은, 나보다 더 공감과 위로를 전해주는, 나보다 더 전문적인 글들이 참 많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몇 안 되는 글이지만 내가 쓴 글에도 심혈을 기울여 쓴 (나름 역작이라고 생각하는) 글이 가장 많은 조회수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좋아하는 글과 '좋은 글' 사이에는 표현하기 힘든 어떤 경계선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글들을 읽어보면 하나같이 '좋은 글'들 뿐이다. 독자가 글을 읽으며 공감을 느끼고 공감을 통해 변화가 나타나는 것,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계속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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