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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Oct 06. 2023

신문 기사가 전쟁을 끝냈습니다

영화 <더 포스트> 리뷰

1964년 8월 2일 통킹만 해상에서 미 USS 메독스함이 북베트남 해군으로부터 두 차례 공격을 받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미국은 독립국인 북베트남을 침공하였고 베트남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미국 젊은이들은 베트남전에 참전하였고 한국 포함 많은 미국 우방국들은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1년 <뉴욕 타임스>는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 '최고 기밀'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닉슨 정부는 보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며 공표금지 명령을 내립니다. <뉴욕 타임스>는 베트남전 보도를 이어간다면 발행 금지 명령까지 이어질 상황을 우려해 더 이상 보도를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제1 언론사이자 세계적인 언론사인 <뉴욕 타임스>가 발행 위기에 놓이자 다른 언론사들은 더 이상 해당 보도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뉴욕 타임스> 1961년 6월 13일 자 1면/ 출처 : 경향신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더 포스트>는 '공표 금지'로 보도가 어려운 상황에 중소 언론사에 불과했던 

<워싱턴 포스트>가 '펜타곤 페이퍼' 문서를 입수해 후속 보도를 이어가는 긴박한 상황을 다룹니다. '펜타곤 페이퍼' 문서의 핵심은 '미 정부가 냉전 중 이권을 넓히기 위한 이유로 베트남전에 참가했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통킹만 사건이 조작일 수 있다는 의혹을 던졌습니다. 미 정부가 전쟁에 참여할 빌미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펜타곤 페이퍼'에 따르면 1964년 본격적으로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하기 이전부터 전쟁을 위한 준비를 했다고 나와있습니다. 1946년 프랑스 - 베트남 전쟁 당시 트루먼 정부가 프랑스에 군사 원조를 했으며 1954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북베트남 공산주의 정권을 붕괴시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전임자의 뜻을 이어 대대적인 전쟁 개입 정책으로 전환하였고 1963년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내 비밀 전쟁을 확대시키고 공식적 참전에 1년 앞서 공개적인 전쟁을 위한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즉, 통킹만 사건 이전에 북베트남 정권 붕괴를 위한 사전 계획을 갖추었고 미국 국민들은 미 정부의 농간에 놀아난 것입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벤 백디키언'(밥 오덴커크)은 <뉴욕 타임스> 제보자와 동일인인 '댄 엘스버그'(매튜 리즈)로부터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였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 진행 여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제보자가 동일인일 경우, 법원의 '공표 금지' 명령을 <워싱턴 포스트>가 어기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회사는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 확보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존폐와 보도를 두고 당시 최초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은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자신의 회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언론사의 의무를 저버리는 상황입니다. 그녀는 해당 보도로 더 이상 베트남 전쟁에 차출되는 미국 젊은이들이 없어야 한다고 말하며 보도를 결정합니다.


왼쪽 : 캐서린 그레이엄 / 오른쪽 : 캐서린 그레이엄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


당시 발행인을 맡았던 '벤 브래들리'(톰 행크스) 또한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계속해서 주장했습니다. 캐서린이 회사와 보도 사이에서 갈등했을 당시 그녀를 찾아가 말합니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언론사가 보도를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죠. 벤은 문서를 입수하고 단 하루 만에 종군 기자들과 함께 방대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합니다. 그렇게 미국 전역을 뒤흔든 '펜타곤 페이퍼' 보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들도 1면에 받아서 기사로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언론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왼쪽 : 벤 브래들리 역을 맡은 '톰 행크스' / 오른쪽 : 벤 브래들리


언론사의 거대한 물결은 국민들에게도 흘러갔습니다. 미국 전역에서는 반전 운동이 일어났고 베트남 전쟁은 조기 종식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닉슨 정부는 언론사들의 보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기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역사적인 판결을 내립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판결 이후 이렇게 코멘트합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을 수호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캐서린 그레이엄과 벤 브래들리/ 출처 :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가 이어지지 못했다면 베트남전은 그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을 것입니다. 이념과 명분만으로 지속했던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언론'이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가 기사를 작성하고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존재함에도 정의 추구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보도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펜타곤 페이퍼'와 같은 보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더 정의롭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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