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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균 Aug 20. 2023

초밥왕의 꿈과 맞바꾼 독립

혼자 산다는 건


독립했습니다. 보증금과 월세 일부를 부모님에게 도움받고 있기에 완전히 독립했다고 하기는 뭐 하지만 혼자 살게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감사하겠습니다.

독립적인 공간을 추구해왔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기숙사, 그리고 군대까지 지난 몇 년간 항상 누군가와 공간을 나눠 사용해왔던 탓에 자취를 안 시켜주면 자퇴하고 동네 초밥집에 남은 일생을 바치겠단 협박에서야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sky라는 단어가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 하며 지내던 몇 달간이었는데 오늘 그 의미를 발했습니다.

오늘의 집과 자취남 채널을 들락거리며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 고민했습니다. 따뜻한 우드톤? 마이크는 어디에? 피아노는 못 가져가겠지? 가구는? 조명은? 자기 전까지 어떻게 나의 공간에 나를 담아낼까를 고민하다 오늘 자취방에 처음 와서 정리해 본 결과, 쉽지 않습니다.

곰팡이 핀 세탁기와 후 불면 날아갈 듯한 바닥에 쌓인 먼지. 옵션으로 들어있는 책상까지. 청소하는 데만 반나절을 보내고 지쳐 쓰러져 에어컨을 18도로 틀어놓고 비닐에 싸인 매트리스에 누웠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 (ex.물을 돈 주고 사 먹어야 된다고?)를 이제서야 깨달은 저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현실이 약간 원망스러웠지만 자유의 대가가 월 40만 원의 생활비라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가구와 기본적인 식료품을 사는 데만 해도 돈이 많이 깨지고 있습니다. 아이폰 15가 나오면 사려고 모아뒀던 돈을 야금야금 사용하고 있는데 이 추세면 아이폰 15는커녕 S10 배터리도 못 바꿀 거 같습니다. 그래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소비니까요.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는 것이 현실화되어가는 과정은 정말 재밌습니다. 

키보드와 마이크 위치도 요리조리 바꾸면서 나만의 작업 공간을 만드는 것. 어떻게 하면 재밌게 영상 촬영을 할 수 있을지 고려하며 스튜디오...라고 하긴 조잡하지만 촬영 공간을 만드는 것 등등. 인테리어엔 소질이 없지만 즐겁게 머릿속 생각들을 현실화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지금만큼은 제가 월터입니다. 

내일은 동네를 한번 둘러볼 예정입니다. 날씨가 너무 덥지만 않으면 집 앞 흐르는 천을 따라 쭉 산책을 하고 싶지만 엘베가 없는 저희 집 계단만 올라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몸뚱어리를 갖고 있기에 못할 거 같습니다. 날씨가 서늘해지기를 빌어봅니다. 

어느덧 8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몸조심하며 나머지 여름도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저도 열심히 살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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