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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정 Feb 02. 2024

'간이역' 역사 교사가 사랑하는 문장들 #15

“누구나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다.” - 롤랑 바르트

  제가 가장 사랑하는 책들 중 하나인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남긴 짧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문장들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이 이토록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슬픔, 상처, 아픔 등의 단어들은 '털어내야 하는 것',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 '기쁨이나 행복과 달리 곁에 오래 두어서는 안 되는 것' 쯤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슬프다고 해서, 아프다고 해서 생활이 용서를 해주는 것은 아니고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라 언젠가는 그 슬픔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위로들은 '슬픔' 그 자체를 인정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를 보여줬습니다. 언젠가는 이겨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슬퍼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순간을 인정하고 털어내기를 기다려주기에는 우리 사회가 참 빨리 달려야 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르트의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생각해본다면 학교에서 마주하는 슬픔이나 아픔, 상처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학생들은 작은 사회로서의 학교에서 여러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친구, 교사와의 관계, 노력하는 것에 비해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떨어지는 자신감, 가족과의 관계 뿐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기인하는 상처들을 안고 살아가기도 하죠. 모든 학생들의 상처를 파악하고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겁니다. 다만 저는 아이들의 상처를 대하는 태도에 여유를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사를 믿고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해결책이 아니라 공감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 답답한데 호소할 곳이 없어 말할 상대가 필요한 상황에서의 '나'를 떠올리면서요. 솔루션을 제공해서 문제로부터 벗어나게끔 돕는 것 또한 교육이겠지만 '너의 아픔을 잘 듣고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며 누군가에게 너 또한 상처를 쉽게 대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한 교육이 아닐까요? 전문적인 상담사처럼 지식이나 기술적인 측면을 모든 교사가 키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라도 아이의 아픔이나 상처에 해답을 제공하기보다 들어주기만이라도 해본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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