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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살기연구소 Aug 31. 2023

사회의 사전적 의미

사회라는 용어를 통해 정의하고자 하는 대상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국가와 사회라는 용어를 철저히 분리하여 사용한다. 사회라는 것이 한국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용어를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용어가 지칭하는 근본적인 대상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사회라는 용어에 대한 각 나라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정한 용어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라는 말로, 영어에서는 "society",  불어에서는  "société"  등 각 나라마다 사회를 지칭하는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각 나라의 국어사전상 의미를 통해 사회라는 용어의 뜻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사회라는 용어를 통해 정의하고자 하는 대상


1-3. 사회의 사전적 의미


사회라는 용어의 개념이 어떤 것들로 구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고 주요한 다른 개념들과는 어떤 연관들을 맺고 있는지를 다루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 특히 여러 나라들의 사전적 의미를 비교해 보는 것은 사회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의 시작점으로 적지 않은 고려 사항들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한국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회는 4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 예) 상류사회, 학생사회 등

- “학생이나 군인, 죄수 등이 자기가 속한 영역 이외의 영역을 이르는 말”

-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집단. 가족, 마을, 조합, 교회, 계급, 국가, 정당, 회사 따위가 그 주요행태이다”

- “촌민(村民)이 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에 다섯째 무일(戊日)인 사일(社日)에 모이던 모임”


첫 번째 의미는 단순히 비슷한 사람들 아니면 동일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로 형성된 집단을 가리킨다. 상류 사회, 학생 사회, 교수 사회, 부자 사회, 공무원 사회 등 매우 다양하게 사용된다. 이 때의 사회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결속력을 갖고 있는 모임체라는 단순한 의미이다. 여기서의 사회는 ‘집단’이나 ‘모임체’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두 번째 의미는 사람이 지리적으로 한정되거나 활동 상의 제약, 혹은 특정의 상황 속에서 살다가 이것들이 없어져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여건에서 살아갈 수 있을 때 사용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스님들이 자주하는 말로 ‘속세에 나가서 살면’이란 표현이나 부모들이 미성년 자녀들에게 ‘사회에 나가면’ 등도 같은 맥락이다. 즉 이때의 사회가 지칭하는 것은 특별한 속성을 갖는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의 공간이나 영역을 지칭하는 것이다.


세 번째 의미가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자주 쓰이는 의미이다. 핵심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생활을 하는 것이며, 이때의 공동생활은 주로 공동의 목적, 활동, 공간 등에 기반한다. 이는 비슷한 사람들이 단순히 모인 것하고는 차이가 난다. 비슷하지 않고 전혀 성격이 다른 사람들도 공동의 목적을 위해 모일 수 있다. 공동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간에 처지가 다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의미는 가족, 마을 등도 포함한다는 면에서 동양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물론 조합, 교회, 계급, 정당 등은 근대의 서양에서 만들어진 현상이므로 동양에는 다소 생소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가족, 마을, 지역 등도 사회에 속한다는 것은 18-9세기에 형성되어 20세기에 주류가 된 사회라는 용어가 서양의 맥락에서 지칭하고자 했던 내용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 번째 의미는 고대 중국에서 쓰였던 용법이다. 촌락의 구성원들이 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에 다섯째 무일(戊日)인 사일(社日)에 토지신인 ‘사’(社)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였는데, 이 모임을 사회(社會)라 칭했다. 이처럼 "제의(祭儀)를 위한 특수한 모임"이란 의미는 오늘날 우리가 자주 쓰는 사회의 의미와는 전혀 달랐다. 송 대에는 지역적인 지역공동체의 자치 조직을 ‘사’(社)라고 하며 그 회합을 ‘사회’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와 비슷한 용례는 일본의 에도시대에도 있었다. 당시 동업사 단체와 지역적인 지연 소집단 혹은 종교적인 교단 조직을 나타내는 말로 자주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후쿠치 오치(福地櫻痴)가 1875년에 society의 번역어로서 사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고 있고[2] 이후 이러한 번역이 일반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

프랑스의 국립국어원이라 할 수 있는 CNRTL(Centre National de Ressources Textuelle et Lexicales)이 편찬하는 사전은 société의 개념을 3가지로 제시하고 있다.[3]


첫째, société는 “특정의 규칙들(법적일 수 있음)에 적용을 받는 개인들로 구성된 결사체(association d’individus)”로 정의되며, 주로 이념, 이익 또는 노동 등이 구성원 간 결사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 개념규정은 17세기 이후 저변에 퍼진 ‘연고 없고 낯 모르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결사체’라는 의미가 바탕에 깔려 있다. 당시 이러한 결사체로는 회사, 조합,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있으며 그 유형은 대단히 다양하다. 이 결사체들은 개인과 국가(정치공동체로 이해되는) 사이의 중간조직들이다. 이 의미로 쓰이는 경우에 우리말로 번역을 하자면 협회나 회사 등으로 해야 이해가 용이하다. 실제로 société는 종종 회사의 이름에도 사용된다.


둘째, société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의미로 “자신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총합과는 구별되어 하나의 실체로 이해되는 조직적으로 구성된 공동체”라고 규정된다. 이 또한 첫 번째 의미와 마찬가지로 인간들 사이에서 조직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인간관계의 결과물로서의 인간집단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 각각의 공동체들은 이름도 있고 내부 활동과 운영을 규정하는 규칙들도 갖고 있다. 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위 사전은 “미리 설정된 역사적 순간에 주어진 상황의 틀 또는 보다 일반적으로는 문명의 틀 내에서, 공통의 제도들(경제적, 정치적, 법적 등)을 중심으로 조직된 개인들의 공동체”라는 규정을 연이어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라’, ‘한국사회’, ‘근대사회’ 등으로 표현할 때 대응될 수 있는 의미규정이다.


하지만 세 번째의 개념 규정은 위 2가지와는 지칭하고자 하는 대상이 질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세 번째 규정에 따르면, société란 집단 생활의 상태(état de vie);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존재 양식(mode d’existence)을 의미한다. 앞선 2가지는 모두 구체적인 집단을 지칭했지만 여기서는 상태라든지 양식 등으로 보다 추상화의 심도가 깊은 대상을 가리킨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위 사전은 보다 추상화의 수준을 깊어지는 “인간을 서로 이어주는 일시적이거나 지속적인 관계들과 조직화되거나 우연히 발생한 연관들의 총합”[4] 라는 개념규정을 제시한다. 이 규정은 인간집단이 아니라 인간집단을 만들어내는, 그리고 만들어질 수밖에 없게 하는 근원적 요소인 관계들과 연관들을 지칭한다. 물론 이 개념규정은 일상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흔히 사용되는 société  라는 용어가 담아내는 내용들이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근원적인 요소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제시할 뿐이다.


영어

옥스포드 사전이 규정하는 바들을 참고하자면, 3가지의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5]


첫째, society는 “특별한 목적이나 활동을 위해 형성한 단체나 클럽”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의미는 불어의 첫 번째 의미와 대동소이하다. 주로 ‘단체’, ‘협회’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둘째, society는 “어느 정도 규율이 정해진 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총합(aggregate)”를 의미한다. 프랑스의 경우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형성한 집단을 지칭하지 않고 해당 집단의 구성원들을 총합을 지칭하는 특징이 있다.


셋째, society는 구성원의 단순한 총합이 아니라 집단 자체를 의미한다. 즉 “특정의 나라나 지역에 살면서 같은 관습, 법, 조직 등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형성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 의미는 불어의 두 번째 의미와 대동소이하다. ‘근대산업사회’, ‘미국사회’, ‘영국사회’ 등의 용례가 이에 속한다. 


넷째, society는 위 네 번째 의미의 society를 구성하는 하위의 특정 영역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해당 사람들이 사는 지리적 관할권은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뉴욕사회(New York society)라는 표현도 가능한 것이다. ‘local society’, ‘rural society, ‘polite society’, ‘high society’’, 등이 좋은 예이다.



<표> 프랑스, 영국, 우리나라에서 사회라는 용어의 사전적 개념 비교


Société, society, 사회 등의 용어가 상대적으로 작고 보다 구체적인 대상물을 지칭하는 경우를 보면, 규모가 작은 모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회사, 기업, 단체, 클럽 등을 가리킨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개념은 프랑스와 영국과는 다소 다르다. 우리나라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공동생활을 하는 인간집단’의 의미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성되는 결사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즉 작은 모임체를 동일하게 사회, société, society 등으로 각각 지칭하지만 우리나라는 두 나라와는 다르게 사용하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결사체의 의미가 사회라는 용어에는 들어가 있지 않다. 오히려 ‘결사체’, ‘단체’, ‘협회’ 등의 다른 용어로 이를 표현한다. 이는 프랑스나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두 나라 모두 association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보다 큰 대상물을 지칭하는 경우를 보면, société, society, 사회는 모두 지리적 관할권이 명확하게 구획되고 내부에는 자기들만의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고 서로간에 소속감과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인간집단을 지칭한다. Société française, british society, 한국사회 등이 이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러한 용법이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 이 수준에서의 의미는 국가와의 비교에 있어서 드러나는 차이점도 강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와 사회를 동일한 것으로 보는 반면, 프랑스와 영국은 서로 다른 것으로 구별한다. 특히 국가는 각각 Etat, state로 표기하는데 이는 주로 통치(gouvernment)를 위한 조직과 제도들 그리고 주권이나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 등의 총체인 ‘통치체계’의 의미로 사용된다. 사실, 사회와 국가 사이의 혼동이 서로의 용어사용에 있어서 이해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우리나라는 사회를 ‘공동생활을 하는 모든 인간집단’으로 너무 일반화시켜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가족, 마을, 계급 등도 사회의 한 유형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이 대상들은 명백하게 société, society와는 구별된다. 특히 유럽에서의 société, society는 기존의 가족이나 마을 중심의 인간집단과는 다른 새로운 인간집단으로 등장을 지칭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담아내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 외 각국이 société, society, 사회라는 용어를 사전적으로 규정하면서 독특한 점들이 발견된다. 프랑스의 경우는 다른 경우와 비교해서 ‘관계와 연관들의 총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의미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실체로서의 사회와는 달리 이러한 실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원리에 해당하는 요소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 의미는 주로 사회라는 용어보다는 ‘사회적인 것’이라는 용어의 의미로 더 자주 사용된다. 영국의 경우에는 ‘구성원들의 단순 총합’이라는 의미를 독특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의미는 the people이라는 의미와 같은 의미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에는 société의 사전적 규정에서 굳이 ‘구성원들의 단순 총합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프랑스에서는 개인들로 온전히 환원되지 않는 요소들, 예를 들어, 제도라든지, 분업에 따른 상호간의 피할 수 없는 연대 등의 의미가 사회에 포함된 것을 강조하는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학생, 군인, 죄수 등이 자기가 속한 영역 이외의 영역을 이르는 말’로서 사회를 사용하는 특이함을 보여준다. 


*참고자료
          

[2]김태진, “근대 일본과 중국의 ‘society’ 번역: 전통적 개념 속에서의 ‘사회적인 것’의 상상”, 『개념과 소통

』, 제19호, 2017, 181쪽.


[3]CNRTL의 홈페이지 참고

https://www.cnrtl.fr/definition/soci%C3%A9t%C3%A9


[4] « Ensemble de relations éphémères ou durables, de rapports organisés ou fortuits que les êtres humains entretiennent entre eux ». 

https://www.cnrtl.fr/definition/soci%C3%A9t%C3%A9


[5] https://www.lexico.com/definition/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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