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스프
나에게 말해 주세요
나의 집 난간에 살포시 찾아와 앉은 저 비둘기의 속삭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에게 말해 주세요
저 지저분한 연못 한가운데 피어난 분홍 연꽃의 찬란한 빛이 어디에서 왔는지
나에게 말해 주세요
뒷산에 자라난 수억개의 나뭇잎들은 무엇을 위해서 저토록 성장하고 있는지
나에게 말해 주세요
지금 나의 세탁기에 흘러드는 이 물이 정말 저 광활한 하늘을 거쳐 수억년째 여행 중인 건지
나에게 말해 주세요
나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햇빛은 나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나에게 말해 주세요
땅 위에 딛는 나의 발걸음이 시간을 거슬러 수천년 전 이 땅을 걸어간 누군가의 발걸음과 만나고 있는지
나에게 말해 주세요
어둠 속에 있을 때조차 내가 정말 완벽한지
나에게 말해 주세요
나에게 말해 주세요
나에게 말해 주세요
비둘기의 속삭임과 연꽃의 찬란함과
나뭇잎들의 생명력과 물의 여행기와
햇빛의 따스함과 시간을 초월한 연결됨
그리고 어두움 까지도
어떻게 그 모두가 내 안의 우주에 존재하는지를요.
< 단호박 스프 >
단호박이 물에 잠기도록 냄비에 넣고 끓인다.
처음에 센 불, 끓으면 중불
단호박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약 40분 정도 끓인다.
중간에 젓가락으로 몇 번 찔러서 구멍을 만들어 주면 더 잘 익는다.
마지막에 젓가락으로 찔러 보았을 때 부드럽게 다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단호박이 식으면 안에 씨앗을 숟가락으로 긁어 빼내고 껍질을 분리한다.
믹서기에 단호박을 넣고 아몬드를 불려서 껍질을 벗겨 갈아서 만든 아몬드유나 우유를 좀 더해준다.
물을 적당히 더한다. 조금 걸쭉한 농도가 되도록 한다.
소금도 조금.
갈은 단호박을 냄비에 붓고 따뜻하게 데워준다.
저어주지 않으면 튀니까 계속 저어준다.
단호박 자체가 달 경우에는 필요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꿀과 설탕으로 단 맛을 더해준다.
마지막에 바닐라 아이스크림(나는 한살림 제품을 사용했다)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더해주면 풍미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