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시
누가 시간이 흘러가는 거라 했던가
모든 찰나는 우주의 실록에 기록되고 박제된다
카페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말들,
커피가 입 안으로 스며드는 쓰디쓴 쾌감,
마주앉은 누군가에게 느끼는 애정과 짜증과 선망 혹은 무관심
심장처럼 성실한 우주의 사관은
무엇 하나 놓치는 법 없이 그 모든 찰나를 기록한다
우리의 인생은 한 권의 실록이 된다
나의 실록을 가져다 저울 위에 올려본다
사랑과 친절은 몇 그램
미움과 분노는 몇 그램
슬픔과 아픔은 몇 그램
감사는 몇 그램
나의 실록을 부위별로 도려내 그릇에 담아
성대한 파티를 연다
실록 안의 마음들을 숙성시켜 와인잔들을 채우고
번쩍 들며 큰 소리로 하늘에 외친다
삶에 건배
그 의미있음에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