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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Jul 03. 2024

삶에 건배

세번째 시

누가 시간이 흘러가는 거라 했던가

모든 찰나는 우주의 실록에 기록되고 박제된다

카페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말들,

커피가 입 안으로 스며드는 쓰디쓴 쾌감,

마주앉은 누군가에게 느끼는 애정과 짜증과 선망 혹은 무관심

심장처럼 성실한 우주의 사관은 

무엇 하나 놓치는 법 없이 그 모든 찰나를 기록한다

우리의 인생은 한 권의 실록이 된다



나의 실록을 가져다 저울 위에 올려본다

사랑과 친절은 몇 그램

미움과 분노는 몇 그램

슬픔과 아픔은 몇 그램

감사는 몇 그램



나의 실록을 부위별로 도려내 그릇에 담아 

성대한 파티를 연다

실록 안의 마음들을 숙성시켜 와인잔들을 채우고 

번쩍 들며 큰 소리로 하늘에 외친다



삶에 건배

그 의미있음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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