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솜 Jun 21. 2024

순우리말 'ㅅ' 사냥

죄 없는 모니터를 한참 노려본다

자판 위에 현란하게 양손을 움직거린다 따다다다다닥

시곗바늘이 금세 한 바퀴 반을 돌고

모두가 잠든 밤, 시끄럽게 따닥댔으나 신통치 않은 수확


늘 하는 말 말고, 색다른 말, 남들은 안 하는 말

딱 맞는 적확한 말을 찾아 순우리말 사전을 편다

'ㅅ'에서 멈추고 사냥을 시작한다


열자마자 '사그랑이'가 떴다

시간을 먹고 또 먹어 이젠 삭아서 못 쓰는 물건

반백년 겨울난 내 몸을 말하나


사냥은 계속된다


'사내끼' 사내가 여자 꼬실 때 부리는 '끼' 인가

물고기 잡을 때 물고기 뜨는 기구라네

잡은 물고기 먹이 안 주니 일맥상통인가


사내끼가 비어 아직 배고프다

스크롤을 내렸다 올렸다 내렸다


뭉게구름 친구인 '삿갓구름'도 있고

코스모스가 '살사리꽃'임도 알아간다


'사라샘'은 사라 선생님 아니라 '사람됨' 이더이다

'사살 부리다'는 '사살'만큼 무섭지 않은 잔소리

어쩌면 일상 속 무한 반복 잔소리가 죽임보다 더 무서울지도


'사망'은 죽을 사에 망할 망이 아니라

장사에서 이익을 많이 보는 운수라오

사망 좋은 'ㅅ' 사냥일세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횡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