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모니터를 한참 노려본다
자판 위에 현란하게 양손을 움직거린다 따다다다다닥
시곗바늘이 금세 한 바퀴 반을 돌고
모두가 잠든 밤, 시끄럽게 따닥댔으나 신통치 않은 수확
늘 하는 말 말고, 색다른 말, 남들은 안 하는 말
딱 맞는 적확한 말을 찾아 순우리말 사전을 편다
'ㅅ'에서 멈추고 사냥을 시작한다
열자마자 '사그랑이'가 떴다
시간을 먹고 또 먹어 이젠 삭아서 못 쓰는 물건
반백년 겨울난 내 몸을 말하나
사냥은 계속된다
'사내끼' 사내가 여자 꼬실 때 부리는 '끼' 인가
물고기 잡을 때 물고기 뜨는 기구라네
잡은 물고기 먹이 안 주니 일맥상통인가
사내끼가 비어 아직 배고프다
스크롤을 내렸다 올렸다 내렸다
뭉게구름 친구인 '삿갓구름'도 있고
코스모스가 '살사리꽃'임도 알아간다
'사라샘'은 사라 선생님 아니라 '사람됨' 이더이다
'사살 부리다'는 '사살'만큼 무섭지 않은 잔소리
어쩌면 일상 속 무한 반복 잔소리가 죽임보다 더 무서울지도
'사망'은 죽을 사에 망할 망이 아니라
장사에서 이익을 많이 보는 운수라오
사망 좋은 'ㅅ' 사냥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