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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Apr 14. 2023

캐나다 취업 이야기 5 - 적응하기

불안한 베짱이가 되어가는 일개미

출근 첫날을 시작으로 출근 첫 주는 정말 무료하기 짝이 없었다. 




돈 받고 일하는 회사에서 일이 너무 없어 심심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꿈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캐나다 사회 초년생인 나는 그저 불안하기만 했다.


신입사원처럼 사수가 옆에서 뭘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일을 인수인계받는 것도 아니고 정말 잉여 인간이 되어 책상에 앉아있는 것이 내 주 업무인 것 같았다.


출근 첫 주는 이런 이해 안 되는 것들을 혼자서 소화해 내기 바빴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인데 이때 매니저는 나 말고 한 명을 더 고용했다고 한다. 같은 포지션으로 말이다.


나에게 입사 동기 와도 같은 그 한 명은 나보다 일주일 먼저 출근을 한 상태였다.


나는 할 일 없이 무료하게 눈치만 보고 있는 동안 나의 동기는 하나둘씩 업무를 받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의미 없는 상황인데 그때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태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왜 일도 없는데 두 명이나 뽑은 걸까

왜 동기에게는 일을 주면서 나에게는 아무도 일을 주지 않을까

왜 누구도 나에게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를 자세하게 인수인계해 주지 않는 걸까

왜, 왜, 왜라는 질문과 물음표만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물론 이런 위기감의 근본적인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처음 회사를 들어올 때 받았던 잡 오퍼에는 Probation Period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한국 회사로 예를 들면 수습기간 같은 것인데 보통 기간은 3개월이나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의 Probation기간은 3개월이었다. 




이 기간 동안은 고용주가 어떠한 이유에서 (업무능력이 맘에 들지 않는다 거나, 일해보니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거나 등등) 더 이상 직원을 고용하고 싶지 않으면, 바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위로금이나 해고수당 같은 것을 지급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그야말로 말만 하면 되는 쉬운 해고인 셈이다.


캐나다에서 첫 출근을 하면서 저 수습시간 3개월이 머릿속에 박혀버렸다. 


성가시게 박혀버린 발바닥의 가시처럼 저 단어는 3개월 내내 나에게 불안감과 고통을 전해주었다. 


혹시나 3개월 안에 내가 회사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내쳐질 것 같은 불안감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나는 일이 없는데 같이 입사한 동기는 일을 하고 있다니


이미 쓰라린 가시가 더 단단하고 깊게 박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첫 주는 지나갔다.


물론 그다음 주라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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