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어휘 사전이 있다?
옹알이만 하던 우리 아이가 어떻게 의식적인 교육 없이도 자연스럽게 단어를 습득하고 직접 말하기까지 할 수 있는 걸까요? 오늘은 영유아 어휘 발달의 원리를 살펴보고, 아이의 어휘력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심성 어휘집은 단어의 의미, 발음, 통사적 특성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정신 사전입니다. 이때 통사적 특성이란 해당 단어가 문장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를 말합니다. 심성 어휘집은 단어가 활성화되고, 저장되고, 인출되는 방식이 반영된 것입니다.
단어 활성화: 그 단어의 발음을 듣거나, 그 단어를 읽거나, 그 단어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대상을 보았을 때 심성 어휘집(즉 뇌에서) 그 단어를 처리하는 부분이 활성화됨
저장: 단어의 의미, 발음, 통사적 특성을 뇌 속에 저장하는 것
인출: 특정 의미를 발화하고 싶을 때 그 의미에 해당하는 단어를 떠올리고 이를 꺼내어 발화하는 것
심성 어휘집은 복잡한 신경회로들의 집합으로, 새로운 단어가 추가되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은 삭제되면서 계속 업데이트됩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심성 어휘집은 전생애에 걸쳐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죠. 아이들이 새로운 단어를 습득하면 기존에 알고 있던 단어들의 구조가 재구조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심성 어휘집이 발달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컴퓨터”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엄마가 컴퓨터를 해”처럼 명사로 사용된다는 통사적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게임”이라는 단어를 배운 후, “민수가 컴퓨터 게임을 해”처럼 “컴퓨터”가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사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통사적 정보가 추가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심성 어휘집이 재구조화되는 과정입니다.
심성 어휘집 내 단어들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각 단어의 의미, 통사, 형태, 음운 등의 지식을 바탕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어휘력을 평가할 때는 어휘의 양(수용 어휘의 크기) 뿐 아니라 어휘의 질(어휘 정보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영유아기 어휘 양적 발달
영유아기에 어휘의 양적 발달은 생후 5년간 가장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생후 7개월에 첫 단어를 이해하게 되고, 16개월이 되면 150개 정도의 단어를 습득합니다. 24개월에는 매일 1.6개의 단어를, 36개월에는 매일 3.6개의 단어를 습득하면서 60개월이 되면 적게는 6,000개, 많게는 14,000개의 단어를 이해하게 됩니다.
영유아기 어휘 질적 발달
영유아가 단어를 학습할 때는 수용 어휘(receptive vocabulary)로 먼저 받아들여진 후 반복적인 경험과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표현 어휘(expressive vocabulary)로 발전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수용 어휘는 이해가 가능한 단어, 표현 어휘는 말하거나 쓸 수 있는 단어를 의미합니다.
아이들이 성인의 직접적인 지도만으로 단어를 학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유아 어휘 발달의 대부분은 우연적 단어 학습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우연적 단어 학습이란 일상에서 의도적인 노력 없이 우연히 단어의 의미를 학습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리하자면, 영유아는 우연히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고 수용 어휘로 받아들인 후에, 반복적인 경험이나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표현 어휘로 이를 발전시켜 단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정수지. "부모와의 어휘 상호작용이 유아의 수용어휘 크기에 미치는 영향." (2021). We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