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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끄고릴라 Feb 27. 2023

사실은 나도
'아동학대 가해자'입니다.

이제 나도 엄마를 용서할게.




바로 이전 글에서 나는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그러나

사실은 나도

'아동학대 가해자' 였다고

고백하고 싶다.




연년생, 워킹맘, 독박 육아...

친정, 시댁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남편과 둘이서 온전히 연년생을

키워내야 했다. 

그것도 둘 다 직장을 다니면서 말이다.



두 녀석 모두 어리기 때문에

둘이 같이 잠투정을 할 때면

한 명은 아기 띠로 등에 업고

한 명은 앞으로 안아야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 가관이다.

쌍둥이 유모차에 두 명을 태우면

무게가 좀 나가기 때문에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나머지 한 손 만으로는

도저히 유모차를 밀 힘이 안되다 보니

내가 쓸 우산을 집어던지고

양손으로 힘껏 밀어야 했다.


그래야만 두 녀석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비에 젖은 생쥐가 되어서라도

출근을 할 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모든 짜증은 엄마에게 쏟아붓는다.

아빠는 짜증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터득한 듯하다.


밤중에 일어나 한 녀석이 울기 시작하면

다른 한 녀석도 덩달아 깨버린다.

그렇게 밤 잠을 자지 못한 날이면

나도 사람인지라

무의식적으로, 불가항력적으로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고통이

더해져 남편과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부린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혼자 두 녀석을 씻기고 먹이고 입히느라

온통 혼이 다 빠져나갔고

둘이 같이 울면

어떤 날은 나도 울었다.




'왜 우리 엄마는, 

왜 우리 시어머니는,

나를 안 도와주실까?'


사실 시어머니는 몸이 아프셔서 어렵고

친정 엄마는 아직 일을 하셔서

아이들을 같이 돌봐줄 여력이 안되신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혼자 육아로 번이 아웃되어

영혼과 육체가 가출해 버린 나는

제정신이 아닐 때도 많았다.





내가 아동학대 가해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아이들을 때리고 욕을 해서가 아니다.

내 안에 엄마로서의 따뜻함과 정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낳은 내 새끼인데

나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고

너무 아파서 아이를 나에게 데리고 오지

말아달라고 했다.

수술 부위 통증이 너무 심해서

당연히 보고 싶어 해야 할 내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보기가 싫었다.



나의 완벽주의적인 성향과 사회불안장애는

내 아이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아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틱 증상을

보였고, 딸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와 다투었다.


수많은 육아 서적을 읽으면서

배운 내용을 실천해 보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실전 앞에서는 도루묵이었다.


매로 아이들을 다스리지는 않았지만

사랑 없는 딱딱한 말투와 

차가운 표정, 엄한 목소리와 강압적인 태도는

아이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느낀다.

엄마의 표정 하나만으로

엄마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이라는 녀석을

아주 예민하게 느낀다.

엄마의 불안은 아이에게 전가되어

불안과 불안이 만나

기름에 물을 붓듯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미술치료 시간에 그린 아이들의

'집'에는 문도 없고 창문은 빗살로

굳게 닫혀있었다.

아이들의 집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엄마인 내가 문제였다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내 안에 살고 있는 괴물과 마주해야만 했다.

내 안에 어릴 적 사랑받지 못한 상처와 아픔으로

공허함과 헛헛함이 자리 잡고

못된 방어기제만 강해지면서

내 안에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려 한다.

나 자신을 먼저 돌보고 사랑하는 연습,

내 안에 빈 공간을 사랑으로 채우는 연습,

내가 그토록 원하던

따뜻한 엄마가 되고 싶은 소원을

마흔이 되어서

한 걸음씩 용기 내어 울면서 내딛기 시작한다.



" 아들아, 딸아

그동안 엄마가 감정적으로 너희를 대하고

부드러운 말투가 아니라

짜증 섞이고 엄하고 무서운 말투로

혼냈던 거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구나.

미안하다.


엄마가 너희 마음을 읽어주고 이해하고

부드럽고 상냥하게 대하도록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할게. 

엄마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해서

미안하구나.


엄마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

그동안 엄마의 잘못으로 너희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사랑을 회복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절대로 절대로 이 지긋지긋한

정서적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악물고서라도

내 대에서 아주 끝장을 보고야 말 것이다.



아이들은 용서가 참 빠르다.

LTE급으로...



"그래? 알았어. 

내가 엄마 용서해 줄게."


.

.

.


나도 이제 그만 

엄마를 용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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