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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Apr 03. 2024

나이테처럼 떳떳한 속살이고 싶다.

죽으며 보이는 나이테

나이테처럼 떳떳한 속살이고 싶다.

                                                         이점록


헐떡이는 작아진 발 지친 듯 힘겹다

나그네처럼 온종일 걸은 해는 늘어지듯 그림자 드리우고

붉은 피를 짜낸 해넘이는 하얀 밤을 맞는다


길 잃은 바람조차 바위같이 굳게 서고

살점이 뜯겨지고 몸통이 베어지자 

영혼같은 그림자는 멀찌감치 자리를 비켜준다


넉살좋게 허연 속살이 드러나고 

살아서 못 보고 죽으며 보이는 나이테      

울퉁불퉁 세월에 진주같은 옹이가 살갑다


돌아갈 수 없는 길 돌아갈 수 있다면  

숨겨왔던 속살을 겉살처럼 드러내고      

견딤의 나이테를 떳떳하게 보이리    


작가노트 : 

어느덧 저녁 노을이 반갑고 정겹다.  

한때는 푸르름이 눈부시던 시절들 

우지끈 밑동이 베어진 그루터기 덩그러니 쓸쓸하다. 


죽으며 보이는 나이테처럼

내가 뿌린 세월은 아쉽고 그립다.

옹이가 몇개인지 모르지만 떳떳하게 나이테를 보이리

순리를 거스르는 무모함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공감 시 #그루터기 #삶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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