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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점록 Sep 15. 2024

손편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가장 친밀한 수단은 편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생나눔교실' 수도권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살아가는 방식, 생각은 다르지만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소통과 공감, 나눔과 배려를 통해 인생과 인생을 잇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마음을 키우고 삶에 빛을 더하고 있다. 시대와 세대를 잇고 가치를 전하니 바람직한 삶의 변화를 추구한다. 인생을 나누는 즐거움에 성장하는 기쁨까지...  


  인생나눔교실은 지식 전달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강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서로의 삶을 나누며 배운다. 멘토와 멘티, 멘티와 멘티 간 수평적이고 상호존중하는 관계를 지향한다. 나는 멘토링 주제로 '문학으로 삶을 읽다'로 정했다. 목표는 '창작을 통해 나누는 인문여행'으로 세웠다. '문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참으로 귀한 만남이다.


  가을의 문턱 9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더운 날씨다. 집에서 강남에 위치한 도서관까지는 넉넉잡아 2시간 정도 거리다. 그럼에도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간다. 9월 첫째 주 멘토링은 '편지 쓰기' 시간이었다. 나는 멘티님들께 전통 한지로 만들어진 예쁜 편지지와 봉투를 나눠 드렸다.  



  

  마치 백일장처럼 편지 쓰기를 시작했다. 제한 시간까지 정했다. 15분 글쓰기를 적용했다. 왜 하필 15분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15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글을 쓰는 좋은 연습 방법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주면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 십상이다. 그러나 15분은 글을 못쓰는 사람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시간이다. 잘쓰는 사람도 너무 잘 쓰려고 꾸미지 않아도 되는 적정한 시간이라는 생각이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사각사각 글쓰는 소리만 들려왔다. 저마다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막상 쓰려니 감정들이 묻어나는 듯 하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다. 멘티님들이 돌아가면서 편지를 낭독했다. 대체로 제목은 이러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사랑하는 딸에게, 아이를 낳아준 분에게, 보고싶은 엄마,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에게 등 소중한 가족에게 썼다. 처음부터 목이 메어 편지를 읽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함께 한 우리도 덩달아 눈물을 적시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가 되었다. 어렵고 힘들어도 눈물이 없던 메마른 남자였다. 돌아가신 엄마에게 쓴 사모곡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도 살아생전에는 한번도 편지를 쓴 기억이 없다. 나는 지금도 불효자란 생각은 변함없이 잔설처럼 남아 있다. 살아 계실 때 "록아 결혼 해야지"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렇지만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처럼 여겼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언 강산이 몇번 바뀌었다. 차츰 감정이 차올라 편지를 읽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이처럼 사랑하는 가족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면 심중팔구 눈물을 쏟는다.


  멘토링 시간은 끝났지만 도서관 동아리실에는 진한 감동의 여운이 감돌고 있었다. 서로 안아주면서 다독여주는 모습이 훈훈하고 보기 좋았다. 우리는 도서관 건너편에 위치한 자그마한 카페로 향했다. 함께한 문우들이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나누는 편지같은 시간이었다.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움, 감사 등의 감정, 과거의 소중한 기억이나 경험을 떠올리게 할 때, 가족과의 유대감이 강하거나 진솔함이 감정적으로 다가와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그동안 묵혀왔던 가슴속 응어리를 도려내는 아픈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편지는 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부분까지 너끈히 전해준다. 솔직한 마음,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기분은 솔솔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친밀하고 은밀한 수단이 편지라고 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소통을 경험한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은 의사소통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편지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감정과 생각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지는 특별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손편지 쓸 때의 설렘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언제 올 지 모르는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은 소중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얀 종이 위에 마음을 담아 글을 쓰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떤 말을 할지 고민하고, 상대방을 생각하며 글을 다듬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편지를 받는 사람은 이러한 정성을 느끼며, 그 편지가 단순한 글이 아니라, 보내는 이의 마음이 담긴 특별한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편지는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그 중 많은 것들이 쉽게 잊혀진다. 반면, 편지는 물리적인 형태로 남아 있어 언제든지 꺼내어 읽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 편지를 다시 읽으며, 그 당시의 감정과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것은 편지가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친구에게 쓴 편지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편지는 또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우리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때로는 말로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편지에 담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진솔한 표현은 상대방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으며,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준다.


  사람은 기억으로 기록을 남기는 존재다. 편지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특별한 선물이다. 그것은 정성과 애정이 담긴 소통의 방식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소중한 기억을 남긴다. 편지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갈 수 있다. 다음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이참에 이생진 시인의 시 '편지 쓰는 일'을 읊어본다.


                편지 쓰는 일

                                   이생진


    시보다 더 곱게 써야 하는 편지

    시계바늘이 자정을 넘어서면서

    네 살에 파고드는 글

    정말 한 사람만 위한 글

    귀뚜라미처럼 혼자 울다 펜을 놓는 글

    받는 사람도 그렇게 혼자 읽다 날이 새는 글

    그것 때문에 시는 덩달아 씌어진다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 소통을 강화한다. 무엇보다도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사람은 기억을 통해 기록으로 남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유일한 기록일 수 있는 편지와 유언장 그리고 일기 정도로 남을 것이다. 마음을 전하는 최고의 방식은 손편지다. 


  손편지는 디지털 시대에서도 지니는 의미는 특별하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정성껏 다듬어야 한다. 손편지의 수고로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편지봉투에 받는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또박또박 써야 한다. 거기다 우표를 붙이고, 마지막으로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여간 정성이 아닌 셈이다. 손편지는 어쩌면 소통과 연결을 위한 고행일 수 있다. 


  편지 쓰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써보자.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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