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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세미원의 겨울 풍경이 마치 내 인생과 같다.

겨울의 끝자락, 고향 벗들과 떠난 힐링 여행... 인생 2막을 기대하며

by 공감의 서재 Feb 24. 2025

겨울의 끝자락, 양평 세미원에서 고향 친구들과 귀한 만남이 있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함께한 하루는 그 자체로 작은 축제였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자연의 기운이 감돌았고,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양평 세미원(洗美苑)의 명칭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는 성현의 말씀에 기원한다고 한다. 국내 최고의 연꽃 정원이다. 한강 상류에 위치한 세미원은 수질정화 기능이 뛰어난 연꽃을 주로 식재하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맞게 정원을 꾸며 사계절 언제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사실 연꽃이 만발하는 여름철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난 세미원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얼어 있던 물길이 서서히 풀리며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듯했다. 메마른 줄기 너머로 피어날 새싹들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 겨울의 끝자락, 양평 세미원에서 © 이점록

 

연꽃을 주제로 한 정원답게, 이곳 음식점에서는 연잎 정식을 맛볼 수 있었다. 연잎에 감싸진 밥은 은은한 향을 머금고 있어 입안 가득 자연의 향취를 선물했다.  함께 나온 연근조림과 나물 반찬은 건강한 식단의 정석이었고, 따뜻한 차는 몸을 녹이며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었다. 


기다리던 연잎 정식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솥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이 퍼졌다.  

  "와 향이 참 좋다."

  "그러게, 이거 건강해지는 맛이야."  젓가락을 들고 한 잎 맛보았다. 

 나는 기분 좋게 말했다. 

  "좋은 사람들과 먹으니까 더 맛있다." 

곁에 있던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맞아 음식도 분위기가 중요하지." 


그 때 깊은 풍미와 아식한 식감을 자랑하는 '깻잎 장아찌'가 바닥을 드러냈다. 앞에 앉은 친구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반찬을 가져왔다.

  "여기 더 가져왔어. 많이들 먹어."

  "역시 센스쟁이! 고마워."

  "그럼, 친구끼리 이 정도는 해야지."

우리의 대화 속에는 오랜 정이 스며 있었다. 밥 한 끼의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따뜻한 우정을 담는 순간이 되었다. 


정다운 이야기... 인생 2막은 어때야 할까

 

점심을 먹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창가에 앉아 바라본 풍경은 고즈넉했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벌써 60대라니,  나이 들어도 우리는 건강하자.”

한 친구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도 아직 우린 청춘이야. 내년 쯤 해외 여행을 가는 게 어때?”

한 친구의 제안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인생 2막을 어떻게 채울 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재취업을 하여 열심히 돈을 버는 친구, 손주를 돌보며 행복을 찾는 친구, 배움을 놓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친구까지.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늦은 시작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카페에서 한참을 정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갔네. 오늘 정말 좋았어."

  "그러게,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늘 그렇듯이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네."

한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엔 꽃이 활짝 피는 4월에 다시 만나자고, 너도나도 반가운 기색이다.


  "좋지! 4월이면 벚꽃이 예쁠 테고, 날씨도 딱 좋을거야."

  "그래, 건강하게 지내고 다음에 또 보자."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각자의 처소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마음속에 다음 만남의 설렘을 품고 있었다.   


세미원에서 만난 겨울 풍경은 마치 우리 인생과도 닮아 있었다. 한때 화려했던 연꽃이 지고 줄기만 남았지만, 그 아래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퇴직 후, 이전과 같은 화려함은 아닐지라도 또 다른 의미 있는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위로이자 격려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우리가 다시 만나 삶의 기쁨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 2막이 더욱 기대된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아름답게 흐를 것이라 믿는다. 


#양평 세미원 #겨울 풍경 #고향 친구 #인생 2막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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