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웃들과 새 봄 맞이 대청소를 하던 날
퇴직 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 자문자답을 한 적이 있다. 단순한 생활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덜 후회할 것인가'에 대한 인생 철학을 담은 질문이기도 했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나는 나눔과 봉사의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퇴직 후 '사회적 연결'은 행복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봄을 깨우다
3월의 봄바람이 살랑이던 며칠 전, 내가 사는 용인 처인구 양지면에서는 조용했지만 특별한 움직임이 있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봄맞이 특별 대청소를 한 것이다.
양지면 중심도로부터 주민자치센터까지 이어지는 거리를 구석구석 청소를 하였다. 그저 '우리 동네가 조금 더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손에 든 건 집게와 쓰레기 봉투였지만, 그들이 주운 건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거리엔 꽤 오랫동안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담배꽁초, 비닐봉지, 플라스틱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무심코 버려진 쓰레기였지만, 그것을 치우는 사람들의 손길은 헌신과 정성이 가득했다.
"그냥 쓰레기를 줍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마을을 가꾸는 중입니다."
한 주민자치위원의 말에는 마을을 향한 자부심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한 어르신이 유모차에 의지해 길을 걸으시다가,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 동네가 더 살고 싶어져요"라고 인사를 건네신다. "감사합니다." 우리도 인사를 건넸다. 봄꽃처럼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띠고, 굽혔던 허리를 곧게 폈다.
길 위에서 희망을 보다
봉투에 쓰레기가 점차 채워지자, 힘듦을 잊은 우리는 기쁨이 가득했다. 약 두 시간에 걸친 봄맞이 대청소가 끝난 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활동을 자주 이어가겠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는 다짐을 함께 나누었다.
이날의 모습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었다. 함께 사는 마을, 함께 가꾸는 삶에 대한 약속이었고, 주민 스스로 지역 발전의 주체가 되어가는 변화의 실천이었다.
이 봄, 꽃보다 먼저 피어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손길이 가득했다. 그 손길이 만든 거리에는, 더 깨끗하고 더 밝은 내일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봄을 닮은 손길, 함께 사는 희망의 마을을 다시 보았다.
우리는 모두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아니지만, 마음을 줍는 사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투에서 튀어나온 상처, 길 위에 떨어진 외로움, 어디에도 담기지 못한 고단함을, 조용히, 따뜻하게 주워 담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이 세상은 살 만해진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들은 세상을 바꾸는 건 거창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따뜻한 손길이라는 걸 가르쳐주었다. '쓰레기를 줍는 손도 필요하지만, 마음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대청소, 소소한 행복과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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