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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바나나와플 Aug 23. 2023

엄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왜 일찍 떠날까?

할머니는 나를 정말 예뻐하셨는데 말이지, 내가 학교에서 오기까지만을 기다렸다가 나 줄려고 냉장고 속 감춰둔 요구르트를 꺼내다 주셨지. 언니들이랑 싸웠을 때면 할머니는 얼른 할머니 방으로 나를 불러 이불속으로 감춰두곤 했어. 친구가 전화가 와서 싸울때면 할머니가 나서서 화내주셨어. 심부름을 할 때 강아지보다 낫다며 나를 귀여워 했는데. 내가 겨우 초등학생이었을때 할머니는 돌아가셨지.


외갓댁에 갈때면, 외할아버지는 언제나 베란다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셨어. 손을 흔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을 때 작고 어린 나는 이런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외할아버지는 내가 중학생때 나를 너무 보고 싶어서 학교에 찾아왔었어. 할아버지는 중학교 하교시간을 몰라서 초등학생들이 마칠법한 시간에 찾아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집으로 돌아가셨지.


때때로 집 앞에 찾아와서 배란다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르곤 했어. 내가 있으면 집 안에는 들어오지도 않으시고 밥을 사주셨어. 중학생이 받기에는 너무 큰 돈인 현금다발을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꺼내 나에게 주시고는 뒤도 안돌아보시고 가셨어. 현금을 들고 뛰어가 할아버지에게 돌려드려도 한번도 보여준적 없으신 화가난 얼굴로 나에게 도로 돈을 쥐어 주셨어.


어떤 날은 학교끝나고 집에 가는데 할아버지가 집에 오셨다가 아무도 없어서 그냥 돌아가고 계셨어. 그 모습을 발견한 나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할아버지를 안아드렸어. 그런데 할아버지, 엄마가 그러는데 할아버지는 그게 너무 행복했다며? 그게 뭐라고... 내가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린 것도 아니고 옷을 지어드린것도 아닌데 할아버지는 어떻게 나를 그렇게 사랑으로 볼 수가 있었어? 할아버지 나 마지막 순간이 기억나. 할아버지는 치매여서 사람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식이 힘든 상황이었는데. 할아버지를 뵙던 마지막날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할아버지 사랑한다고 하니, 할아버지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어. 그렇게 내가 고등학교 3학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어렸을적부터 엄마는 나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내 별명을 불러줬어. 어린 나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고 해줬는데. 엄마, 나 젊은 엄마와 어린 나의 나날들이 떠올라. 나는 엄마가 다른 엄마들 보다 키가 커서 좋았어. 엄마는 늘씬하고 젊어서 언제나 나의 자랑거리였어. 엄마는 내가 힘들 때 한번도 빠짐없이 나의 편을 들어줬어. 내가 아플때면 큰병원에 데려가서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진료를 봤어. 그 누구보다도 나를 생각하고 내가 없으면 서운해하고 어딜가도 나를 떠올리는 엄마였는데.


일하고 힘든 날에도 엄마는 내가 힘들까봐 차로 아무리 먼 거리도 데리러 왔어. 엄마가 항상 하던말이 생각나. 맛있는걸 먹을때면 항상 딸들이 생각나서 걸린다고. 우리는 우리 생각하지말고 엄마 본인 챙기면서 살아. 하고 퉁명스럽게 항상 대답했는데 엄마는 자식낳으면 너희들도 엄마를 이해할거라고 했지.


나 고등학교가 안맞아서 힘들어할 때 엄마는 나에게 기죽지 말라며 어떻게든 전학 시켜주겠다고 했어. 엄마가 있어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어. 대학에 와서도 과가 안맞아서 전과를 하고 교수님과의 트러블이 있어도 언제나 내 애기들 들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어.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엄마와 시시콜콜한 이야기하던 때가 생각나. 엄마는 엄마 직장에서 있었던 일, 아빠랑 있었던 일, 나에게 궁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가던 길들이 생생해. 엄마가 나에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당연해서 내가 얼마나 사랑받는지 미처 알지 못했나봐.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이 나에게 너무 소중하고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었다는걸 이제야 깨달은거야. 그렇게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엄마는 나의 곁에서 떠났어.


엄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이렇게 일찍 떠나는 거야? 내가 키우던 햄스터도 아끼던 머리핀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엄마도... 엄마  더이상은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게 두려워... 사랑하는 가족들도 친구들도 고양이도 내가 사랑을 하고 사랑받으면 나를 떠나갈까봐... 모든게  잘못일까봐. 그치만  이제  이상 자책하는 것도 지쳐버렸어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면서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다시 또사랑을 받고 그렇게 살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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