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경기를 집에서 TV로 보다 가끔 이런 궁금증이 들 때가 있었다.
'저기 현장에서 응원하고 직관하고 있는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무슨 일을 하길래 저기에 갈 시간과 돈이 있는 걸까?'
'너무 재밌어 보이는데 부럽다,,,'
그랬던 나는 몇 년 뒤에 내가 부러워하던 그 사람 중 하나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오늘, 2024년 7월 27일, 나는 파리로 여름휴가를 떠나 에펠탑 앞에서 올림픽을 직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는 2023년,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팀장님 그리고 팀원들과 점심을 먹다가 여름휴가 이야기가 나왔다.
팀장님: 다들 여름휴가 계획 세우셨어요?
대리님: 저는 아마 일본을 갈 것 같아요.
나: 저는 아직 아무 계획 없어요. 팀장님은요?
팀장님께서는 올해 여름휴가 계획은 물론 내년 여름휴가 계획도 이미 정하셨다고 하셨다. 내년에 바로 '파리올림픽'을 보러 갈 계획이라는 것.
'나는 올해 여름휴가도 아직 못 정했는데 내년 여름휴가까지? 그것도 파리올림픽이라고?'
갑자기 심장이 쿵쾅되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올림픽 직관하기'는 내 오랜 버킷리스트였는데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던 나의 버킷리스트가 떠오른 것이다.
팀장님 여름휴가 계획을 들은 후 계속 머릿속에서 '올림픽' 단어가 맴돌았다. 가고는 싶었지만 1년 뒤 그 시기에 휴가를 쓸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같이 갈만한 사람도 없어서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주말에 친한 대학교 후배가 곧 유학을 간다고 해서 밥을 먹었는데, 내년 초(2024년 초) 쯤에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고 했다. 영국으로 가면 유럽여행하기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파리올림픽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팀장님은 내년 여름휴가로 파리올림픽 간다더라, 나도 사실 올림픽 직관 가는 게 꿈이었다 등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올림픽을 같이 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언니 영국도 겸사겸사 구경하고 저희 집에서 자면 되니까 같이 파리올림픽 보러 가요. 내년에 놀러 오세요."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 if not now, then when?'이라는 말이 있다. 그날 집에 오는 길, 나는 후배한테 연락해서 진짜 올림픽을 같이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올해 여름휴가 계획도 없던 나의 내년 여름휴가 계획이 확정되었다.
바로 파리올림픽으로!
STEP 1_ 올림픽 티켓 구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올림픽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개막식 티켓 역시 이미 대부분 판매가 되고 남아있는 티켓은 최소 200만원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리셀 사이트 열리는 것을 기다려보기로 하고, 개막식 날짜와 최대한 가까운 경기 티켓을 우선 구매해놓기로 했다.
이왕이면 대한민국 선수들이 나오는, 그리고 이왕이면 예선보다는 결승전을 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양궁과 축구 티켓을 구매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한민국 결승 진출이 거의 확실한 여자 양궁 단체 파이널 경기 티켓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반 티켓은 솔드아웃이라 VIP티켓만 남은 상황이었다. VIP티켓은 좋은 좌석+라운지 이용이 포함되어 있는 티켓인데 이것마저도 구매해놓지 않으면 불안해서 약 60만원을 주고 티켓을 구매해놓았다.
*올림픽까지 무려 1년이 남은 시점에도 일반 티켓은 대부분 솔드아웃이었다. 특히 개막식 티켓은 오픈에 맞춰 구매하지 않으면 구하기가 어렵고, 나머지는 리셀을 노려볼 것을 추천!
STEP 2_ 비행기 예약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싶었기에 개막식 일정에 맞춰 가서 몇가지 경기를 보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비행기를 예약할 때 고려했던 몇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우선 1년 뒤 일정이 혹시 변동될 수 있으니 스케쥴 변경이 용이해야 했다. 그리고 영국에 있는 후배를 만나기위해 한국에서는 혼자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했기에 안전(마음의 안정)이 중요했다. 따라서 다른 항공편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고 대한항공 직항편을 타기로 했다.
항공편이 1년 뒤 일정까지만 예약가능한 걸 이 때 처음 알았는데, 오픈하자마자 예약하니 확실히 저렴해서 대한항공 왕복 항공편을 약 150만원에 구매했다. (이후 확인해보니 동일한 일정이 250만원 정도로 올라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일정 변동이 생겨 돌아오는 날짜와 출발 국가를 변경했는데 다행히 대한항공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놓은 덕분에 바로 빠르게 변경할 수 있었다.
STEP 3_ 숙소 예약
회사 일이 바빠서 올림픽 티켓이랑 항공권만 예약해두고 완전히 잊은 채 일상은 흘러갔다. 그러다가 2024년 1월쯤이 되면서 슬슬 올림픽 분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숙소 값이 엄청 올랐다는 팀장님의 경고에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미 숙소는 올림픽 특수로 평소보다 2-3배 가격이 올라있었다. 하지만 여자 2명이서 여행을 하고, 파리는 특히 치안 문제를 고려했야 했기에 좀 비싸더라도 위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숙소를 잡기로 했다. 열심히 예약사이트를 서치해서 퐁피두센터 등 관광지와 근접한 지역에 위치한 3성급 비즈니스 호텔을 3박 130만원 정도에 예약했다.
이후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파리는 구역별로 정말 치안과 분위기가 달라서 숙소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용은 좀 많이 비쌌지만 안전한 곳으로 잡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
*이동은 우버로 편리하게 할 수 있다. 거리가 아니라 숙소가 어느 구역에 위치해있느냐 위치가 중요!!
STEP 4_ 기타 동선 짜기
이 외에도 유로스타 라던지 미슐랭 레스토랑이라던지 미리 꼭 예약해놔야 하는 것들만 예약해두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로 했다.
- 리셀 사이트에 희망을 걸며 기다렸는데 리셀 사이트에서도 개막식 티켓은 구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개막식 티켓은 끝까지 구하지 못했고, 대신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이례적으로 야외에서 열려 무료 관람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거기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 대신 비치발리볼 경기 티켓을 구매했다. 비치발리볼에는 대한민국 선수가 나오지는 않지만 에펠탑 앞에 경기장이 세워져 파리올림픽의 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 예약 과정에서 좌충우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내가 알고보니 경기티켓을 잘못 구매한 것이었다. 여자 양궁 '단체' 결승 티켓을 구매해야 되는데 여자 양궁 '개인' 결승 티켓을 구매했던 것이다. 교환, 환불은 되지 않고 오직 양도만 가능했는데 양도할 사람도 구하지 못했다. 다행히 구매가능한 잔여 티켓이 있어 원래 보기로 했던 양궁 단체 티켓을 바로 구매를 했지만 그렇게 티켓에만 120만 원을 썼다.
STEP 5_ 준비물/짐 싸기
시간은 흘러 어느새 7월이 다가왔고, 출국하기 전까지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선 회사를 다니면서 여행 준비를 하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집에 오면 피곤하고 쉬고 싶은데 이것저것 예약하고, 준비물 챙기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그렇다고 비싼 돈 들여서 가는데 대충 갈 수도 없고, 또 파리는 소매치기나 치안도 신경 써야 했기에 안전 때문이라도 준비할 부분이 많았다. 대부분은 일반 해외여행 가는 짐과 비슷했지만 특별히 준비를 했던 것은 대한민국 응원소품(태극기, 태극기 선글라스) 와 소매치기 방지를 위한 휴대용 가방, 자물쇠 등이 있었다.
사실 떠나기 직전까지는 일도 바쁘고 일상도 바쁜데 설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이 추가된 느낌이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파리를 간다고 했을까 후회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회사 업무에는 별 이상이 없어서 예정대로 여름휴가를 쓰게 되었다.
그렇게 2024년 7월 25일, 나는 파리올림픽을 향한 비행기에 오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리올림픽을 보러 간 것은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고 인생에 평생 남을 '황홀한' 경험이었다.
day1 (7/25)
출국하는 공항에서부터 올림픽 분위기 물씬 났다. 국가대표 선수단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매체들도 보였다.
day2 (7/26)
파리올림픽 개막식 디데이! 파리 시내 곳곳에서 올림픽 장식들과 전 세계에서 놀러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온거리가 축제 분위기였다. 걸어 다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비가 많이 와서 개막식 무료 관람은 포기하고, 파리에 있는 또 다른 유학생 친구를 만나서 3명이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 생중계로 올림픽 개막식을 보았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파리에 살고 있는 친구집에 가서 나머지 개막식을 보았다. 파리 가정집에서 개막식 관람이라니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비록 직관은 하지 못했지만 바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기분이 매우 색달랐다. '내가 올림픽을 보러 정말 파리에 와있구나'라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했던 것 같다.
day3 (7/27)
비치발리볼 경기 보는 날!! 유명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밥도 먹고, 미술관 관람도 하고 파리 시내 구경을 하다가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있는 에펠탑으로 향했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니 정말 에펠탑 바로 앞에 비리발리볼 경기장이 있었고 경기를 보는 내내 에펠탑도 구경할 수 있었다. 평생 에펠탑은 이 날 다 본듯하다. 노을 지는 순간부터 어둠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에펠탑까지 그 황홀함은 정말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비치발리볼 경기가 현장의 열기가 아주 뜨거워 정말 재미있게 즐기고 왔다!
day4 (7/28)
대망의 양궁 결승 날. 일반 티켓이 솔드아웃이라 반강제로 어쩔 수 없이 vip티켓을 구매했기에 우리는 라운지 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기를 보러 가기 전에 라운지를 들렸는데 그냥 음식만 있는 라운지가 아니라 생각보다 올림픽 관련 포토존도 많고 전시회 규모도 커서 볼거리가 많았다. 나랑 후배는 둘 다 전시회를 좋아했기에 vip티켓으로 오길 잘했다고,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하며 라운지를 200% 즐겼다.
그러다가 경기 시간에 맞춰 대망의 여자 양궁 단체 결승전을 보러 갔다. 내가 꿈꾸던 그 현장에 직접 와있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선수들이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현장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결국 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을 직관하였다. 파리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우리나라를 여러 메달을 땄지만, 내가 봤던 경기가 양궁에서는 첫 금메달이었기에 더욱 감격스러웠다.
내 인생의 최고의 여름휴가였다.
올림픽 때문에 파리도 신경을 많이 썼는지 치안도 정말 좋았고, 길거리도 깨끗하고 쾌적했다. 어떤 사람은 올림픽 때가 파리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였다고 말할 정도로 소매치기도 없었고 노숙자도 없었다. 1년 전 파리올림픽을 가기로 결정하고 비행기와 경기티켓을 구매해 놓은 나에게 감사할 정도였다.
파리올림픽을 보며 공연기획사에서 일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나는 갓 졸업하고 아무것도 잘 모르는, 방황하는 취준생이었는데 이제는 어엿한 직장이 있는 회사원이 되어 연차를 내고 파리로 여름휴가를 왔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아무 계획도 없이 일단 대학교를 졸업한 후, 어찌어찌하다 보니 공연기획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에 나와있다) 그 때 공연기획사에서 일하며 가장 먼저 받은 업무가 '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평소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개막식에 완전히 반해버렸고, 그렇게 '언젠가 꼭 올림픽 개막식을 직관해야지'라고 마음 먹으며 죽기 전에 꼭 하고싶은 버킷리스트로 작성해 두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오랜 시간 백수로 지내면서 당장 '취업'이라는 현실이 급했기에 아주 먼 현실처럼 느껴졌다.
이후에 취업을 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최종합격이 결정되고 입사하기 전에 해외여행을 많이 가던데 그때는 코로나 시기라 해외여행이 어려웠다.
말 그대로 죽기 전에는 한번 가보고 싶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나중에 한 40-50대 정도 돼서 사회적으로 안정이 되면 미래의 내 가족들과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올림픽 개막식 직관하기'라는 나의 버킷리스트는 잊혀진 채 몇 년이 흘렀다.
몇 년 전에 꿈꾸었던 '올림픽 직관하기'가 생각보다 빨리 실현된 것도 감격 포인트였다. 오래 전 꿈꾸었던 일이 실현된다는건 참 멋진 일이다.
오늘, 2025년 7월 27일 기준으로 파리올림픽을 갔다 온 것이 정확히 1년 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