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Noma)는 2003년 처음 문을 연 이래로 뉴 노르딕 요리의 정수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손꼽혀 왔습니다. 레네 레제피(René Redzepi)가 이끄는 이 팀은 뉴 노르딕 요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미식에 대한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노마는 여러 차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고, 2021년에는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하는 등 많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노마의 이야기는 레스토랑의 성공뿐만 아니라 셰프 레제피의 개인적인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마케도니아 출신인 아버지와 덴마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제피는 어린 시절 유고슬라비아에서 덴마크로 이주하여 가난한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학업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결국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고, 요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셰프가 되겠다는 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를 따라 요리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 그의 인생을 변화시킨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처음 참가한 요리 대회가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됩니다.
노마의 헤드셰프 레네 레제피(René Redzepi) | Ditte Isager/The New York Times
그는 혹독한 훈련과 획기적인 새로운 경험 속에서 노마로 향하는 길을 걸었습니다. 코펜하겐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견습 셰프로 시작한 그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경력을 쌓았고, 1990년대 중반에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미쉐린 3스타 셰프인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의 El Bulli 팀에서 일했습니다. 아드리아의 혁신적인 요리와 독창적인 접근 방식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며,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성에 도전하도록 이끌었습니다. 다시 코펜하겐으로 돌아온 그는 잠시 다른 곳에서 일하다가 2002년 클라우스 마이어의 제안으로 노르딕 전통 요리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면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2003년, 'Nordisk(노르딕)'과 'Mad(음식)'의 덴마크어를 결합한 Noma가 탄생합니다. 노마의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덴마크 식문화는 돼지고기구이나 감자와 같은 전통 요리에 익숙했고, 식재료의 활용 역시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셰프 레제피는 이러한 틀을 과감히 벗어나, 고급 식재료뿐만 아니라 덴마크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야생 베리, 허브, 해조류, 곤충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노마(Noma) 엿보기
노마는 40석 규모의 아늑한 공간으로, 북유럽의 단순함과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반영하고 있습니.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에 위치한 노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품을 보관하던 창고였던 소미네데포테트(Søminedepotet) 건물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온실과 화단이 둘러싸고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자연 속 '정원 마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노마의 큰 창문은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실내로 끌어들여, 손님들이 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빛이 가득한 이 공간은 자연 재료로 제공되는 메뉴와 함께 세심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고요하고 따뜻하며 환영받는 분위기를 더합니다. 레제피는 이 공간 덕분에 손님들이 노마의 음식을 더욱 맛있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합니다.
사슴뿔로 장식한(사실, 이 사슴뿔 장식은 종종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입구를 지나면, 입구와 식사 공간 사이에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조리대가 있습니다. 손님이 도착하면 주방에서 조용한 신호로 알리고, 노마의 팀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앞으로 나옵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행동은 음식과 공간, 그리고 세부적인 모든 요소들이 '간결함과 자연과의 깊은 연결'을 반영하는 하나의 경험 속으로 우리를 환영하는 듯합니다.
노마에서는 1년을 세 가지 계절로 나누고, 각 계절에 따라 특별한 메뉴를 선보입니다. 오션 시즌(1월-6월), 베지터블 시즌(7월-9월), 그리고 게임(*사냥한 야생동물 등 사용)과 포레스트 시즌(10월-12월)으로 구성된 계절별 메뉴는 주변에서 직접 채취하거나 수확된 신선한 재료로 만듭니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답게 1인당 500유로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계절성을 강조한 깊이 있는 경험은 이 비용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여름 허브의 순수함부터 겨울 뿌리채소의 깊은 풍미까지, 노마의 요리는 '딱 한 순간'을 포착하여, 재료와 함께한 풍경까지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곳의 음식은 혁신과 전통을 조화를 이루며 잊혔던 재료과 발효 방식과 같이 덴마크의 오랜 요리 기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합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래된 전통을 다시금 현대적인 파인 다이닝으로 불러오는 데 있습니다. 노마는 과거를 기리면서도 요리의 한계를 넘어 노르딕의 역사와 진화하는 음식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 주변의 숲, 초원, 해안은 재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며, 식사의 모든 요소를 구성하여 시간과 장소 그리고 과거의 유산을 진정으로 반영합니다.
자연을 모방한 노마의 네 가지 요리 | Noma
식사는 '식용 물감으로 그린 불가사리의 무지갯빛 실루엣 위에 반짝이는 덴마크 야생 송어 알을 얹은 요리'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다른 코스에서는 '트롱프뢰유 풍뎅이(fruit leather beetles)'를 만날 수 있으며, 진짜 풍뎅이처럼 광택이 나는 이 요리는 전부 과일 껍질로 정교하게 만든 요리입니다. 또는 천연 밀랍*으로 만든 그릇에 담긴 사프란 아이스크림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천연 밀랍: 꿀을 뜨고 난 벌집을 모아 세밀하게 불순물만 제거하여 만듭니다.) 때로는 신선한 소나무 가지 위에 놓인 그릴에 구운 순록 요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북유럽 대지의 풍요로움을 떠올리게 하는 이 요리는 레제피의 말처럼 '풍경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음식을 맛볼 때마다 방문한 손님들은 그 시간과 장소에 몰입하며, 노르딕의 자연과 문화가 담긴 이야기를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노마에서 제공되는 요리는 때때로 충격적이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갓 사냥된 피가 그대로인 오리 요리*는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갓 사냥된 피 묻은 오리 요리는 머리와 깃털이 그대로인 상태로 제공됩니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충격을 주거나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의 희생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레제피는 사람들이 이러한 요리를 통해 음식 소비의 현실을 마주하고, 깊이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풍부한 식재료와 다양한 음식이 넘치도록 많은 오늘날, 우리는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쉽게 낭비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는 노마에 온 손님들이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고, 그것을 준비하는 데 어떤 노력이 드는지, 그리고 더 넓게는 우리의 생태적 영향을 되돌아보기를 희망합니다. 레제피는 우리가 선택하는 음식이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며,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만으로도 먹는 방식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레네 레제피가 내레이션을 맡은 'Omnivore'(옴니보어), 인류 역사를 바꾼 식재료들의 여정을 담은 Apple TV+ 시리즈 | Noma
노마(Noma) 2.0 여정의 끝,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3.0의 시작
노마의 성공은 레제피와 그의 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으며, 그를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셰프 중 한 명으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은 2024년을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노마의 폐업 소식은 요리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파인 다이닝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으며,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노르딕 요리를 재정의하며 명성을 쌓은 노마이지만 이면에는 무급 인턴을 포함하여 종종 혹독한 근무 환경에 직원들을 놓아두었습니다. 일부 직원은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근무하며 120개의 '트롱프뢰유 풍뎅이'를 만드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험은 어떤 직원에게는 "자신의 삶에서 납치된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노마의 딱정벌레 요리 | Ditte Isager /The New York Times
노마의 폐업은 파인 다이닝 산업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일반적으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 독창적이고 정교한 요리를 제공하지만, 이는 종종 지속 가능성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급 요리는 대규모로 생산이 불가능하고 일부 재료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한, 노동 집약적인 산업으로, 많은 셰프와 직원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고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는 불공정한 노동 환경을 초래할 수 있으며, 노마가 파인 다이닝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역할의 지속가능한 업무 환경은 만들지 못한다는 평을 들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마에서 일했던 핀란드 셰프 킴 미콜라는 "모든 호화로운 것은 누군가의 등 위에 세워진 것이다.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노마 2.0은 올해 마지막 시즌을 일본 교토에서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레제피는 우리가 다시 만날 노마 3.0의 새로운 시도를 시사했습니다. 그는 노마는 계속해서 손님을 맞이할 것이지만 그것이 ‘레스토랑으로 정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지속 가능한 요리와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연구개발실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노마의 끊임없는 에너지와 창의성은 더 넓고 확장 가능한 영향력을 가진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노마의 유명한 피클링, 발효, 염장/건조처리 등의 연구가 새로운 Noma 3.0 프로젝트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 Noma
노마의 손님들은 오픈 키친에서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관람할 수 있다. | Ditte Isager/The New York Times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의 옛 군수품 창고에 자리한 노마, 온실과 화단이 둘러싼 공간 | N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