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책임을 지는 자세
우리는 살면서 적어도 한두 번쯤은 누군가에게 신랄한 비판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의 말, 나의 행동, 혹은 내가 세운 계획에 대해.... 하지만 그 비판에 사려 깊은 대안이 담겨 있지 않다면, 듣는 입장에서는 비난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살면서 어떤 일이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때, 본능적으로 비판부터 하게 된다. 제도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조직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며, 누군가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한다. 얼핏 보면 더 나은 방향을 위한 충고처럼 보이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 비판이 꼭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닌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때로는 감정이 섞인 비난이거나, 책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기도 하다.
제대로된 비판은 변화를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에 비판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가려졌던 문제를 드러내고,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비춰주고, 특히 사회적 문제나 공적인 영역에서는 비판이야말로 진보를 위한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다만, 비판이 제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방향성과 목적이다. 비판은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해야만 그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문제를 지적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대안 없이 쏟아내는 말들은 종종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단순한 불만으로 끝난 비판은 결국 감정의 배출일뿐이기 때문에, 조직 안에서는 그런 비판이 협업을 방해하고 공동의 목표를 흐릿하게 만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작금의 정치, 사회, 언론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일반적인 사람 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지적은 신뢰를 조금씩 무너뜨리고, 말한 사람조차 결국 자신이 만든 벽 안에 갇히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흔한 이유는 대안을 제시할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말은 쉽지만 책임지는 일이 부담스럽기에, 애초에 행동을 회피하려는 마음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비판 그 자체를 통해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마치 나는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비판의 말들을 쏟아내기 전에 건강한 비판을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비판은 감정보다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가?,
비판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문제 자체를 보고 있는가?
완벽하진 않더라도 함께 해결을 고민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가?
아주 작은 제안이라도 올바른 방향을 함께 찾으려는 자세는 공동체 안에서 신뢰를 지키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비판은 때로는 칼처럼 날카롭기 때문에 그 예리함은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올바르게 사용된 비판은 상황을 개선하고 더 나은 쪽으로 이끄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문제를 드러내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한 비난의 말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도일 것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에 책임지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비판이 진짜 가치를 가지려면, 그 끝에는 변화와 희망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