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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서로를 위로하는 세상

by 캐나다 마징가

어린 시절, 나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나 삼성의 이병철 회장 같은 이들의 삶과 명언은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강한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 시절,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역경과 제약 속에서도 앞날을 향해 걸어가야 했다. 그러나 그 험난한 길 위에서조차 사람들은 ‘과연 될까?’라는 불안보다는 ‘한번 해보자’는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냈다. 그 시대의 시련은 모두가 함께 짊어졌고, 그 시대의 의지는 모두의 희망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시대의 산 앞에 서 있다. 한국도,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도 경제는 흔들리고, 정치는 불안정하다. 사람들의 얼굴엔 점점 미소보다 근심이 많아지고, 말보다 한숨이 깊어지는 것만 같다.

이제 시련은 특정 세대나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어디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의 보편적인 특징이 되었다. 어떤 시련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말 못 할 무게로 마음을 짓누르고, 어떤 시련은 모두가 알아차릴 수 있는 큰 파도로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무게의 크고 작음을 판단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시련은, 누구에게나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tempImageO05pRR.heic 드론 촬영 Mission in BC

누군가는 그 시련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마음을 닫고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며, 그 아픔마저도 삶의 재료로 삼아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려 애쓴다. 삶은 그런 식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시험의 무대에 올리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시련의 순간을 어떻게 통과하고 극복해 나가는가이다. 실패란 어쩌면, 포기하는 순간에만 찾아오는 손님이다. 마음속에 단 한 줌의 의지라도 남아 있다면, 우리는 아직 실패한 것이 아니다. 가끔은 멈추어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지만, 중요한 건, 그 의지를 놓지 않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만을 응원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는 존재들이기에, 비틀거리며 걷더라도, 끝까지 걸어가는 것이 어쩌면 더 위대한 일일지 모른다.

Screenshot 2025-04-21 at 8.49.23 PM.png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는 존재

누구에게나 시련의 터널은 생각보다 더 깊을 수 있다. 그럴수록 희망은 흐려지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조차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돌아보면, 그런 시련 속에서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거창한 처방이 아니라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였던 경우가 많았다.

그 손길 하나가 절망의 깊이를 덜어주고, 다시 걸어갈 힘을 건네주곤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들여다보면, 이 시대의 불확실성은 ‘이기심’과도 맞닿아 있다. 더 나은 삶을 꿈꾸고, 더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해 애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귀하고 소중한 일일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 또한 누가 쉽게 비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마음이 어느 순간 ‘나만 잘되면 된다’, ‘내 아이만 앞서가면 된다’는 방향으로 기울고, 그 과정에서 남의 희생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될 때 생길 수 있다. 그런 마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과의 비교 속에 스며들어 자격지심이든 우월의식이든, 끊임없는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시야를 좁히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보다 자신을 앞세우는 생각에 익숙해지고, 공동체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된다.


진짜 성공은 혼자 앞서가는 데 있지 않다. 함께 걸을 줄 아는 마음, 낯선 이의 등을 조용히 두드려 주는 손길, 작은 격려의 한마디가 모여야 세상은 조금씩 더 밝아질 수 있다. 시련은 개인의 몫일 수 있지만, 위로는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축복이다. 오늘 당신이 건넨 작은 위로가 내일 누군가의 용기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살아갈 때 비로소 더 나은 세상 -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Screenshot 2025-04-21 at 8.51.51 PM.png 위로는 우리가 함께 나눌수 있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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