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D-30
문득 떠나고 싶어졌다. 해외여행을 가지 않은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몸과 마음이 불편한 곳에서 머무르고 싶었다. J가 P처럼 떠나는 여행, 그렇게 나는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2025년 8월. 늦게 시작한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 여름 방학을 이용해 떠나기로 했다. 해외여행을 위한 결재를 준비하며 빈칸을 마주했다. 여행국과 여행 목적, 난 어디로 떠나야 할까?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다녀와야 후회하지 않을까?
가끔 낯선 공간이 그리울 때 종로나 대학로에 골목골목을 혼자 종일 걷곤 했다. 지루하진 않았냐고? 아니다. 생경한 풍경들을 지나다 보면 생각의 파도가 잠잠해지는 게 즐거웠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옛 철학자들도 고민거리가 있을 때 산책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같은 이유에 서겠지?
가장 먼저 여행의 목적을 생각했다. '무작정 계획한 여행이지만 하나라도 얻고 돌아왔으면' 했다. 가성비를 따지는 걸 좋아하기에, 뜻깊은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마침 최근 예일대학교의 연구원으로 떠난 친구 W가 있다. 거의 15년 가까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한 죽마고우였기에 그의 일상도, 잘 지내는지도 궁금했다. 도착해서 얼굴만 봐도 성공한 여행, 그런 이유로 미국 여행을 결정했다.
주말은 친구와 보내고, 평일은 혼자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친구도 그의 삶이 있기에 그의 삶을 존중하는 의미였다. 물론 많이 챙겨주겠지만, 나로 인해 일상이 방해받길 원하지 않았다.
친구가 지내는 코네티컷 주에는 볼거리들이 많지 않았다. 학교 외엔 볼 게 없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지도를 살피니 바로 옆에 뉴욕이 보였다. 좋다, 첫 주에는 일단 뉴욕으로 떠나자.
8월 1일부터 19일까지 약 3주간의 여행. 계획은 정말 느슨하게 세웠다. 예약은 비행기와 첫 주에 머무를 곳 정도만 예약했다. 관광지도 유명한 곳들을 저장해 두는 정도만 했다. 앞서 말했듯이 J가 떠나는 P의 여행 같은 느낌.
계획을 철저히 지키기보단,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나아갈 때 더 새롭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여행자의 행운? 같은 것들을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물론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계획은 어느 정도 짜긴 했다, 대신 지키지 못해도 짜증 내지 않기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때는 7월 즈음이었다. 최소 200만 원 이상 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취항한 지 얼마 안 된 에어프레미아 항공의 특가를 마침 찾아 왕복 120만 원 정도에 예매했다. 더 저렴하게는 왕복 70만 원대에도 예매가 가능했다.
이후 평일에 머무를 숙소와 둘러볼 곳들 정도 미리 봐둔 뒤, 친구 W와 일정을 조율했다. 역시 평일에는 연구실에 가기에, 주말을 함께 보내는 게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고 짧은 시간이겠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하기로 했다.
태어나서 처음, 아주 느슨하게 미국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총기 소지가 합법이고 자유가 상징적인 나라 미국, 앞으로 미국부터 캐나다까지 다녀온 경험들을 녹여내려고 한다.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이나, 여행지에서 보낸 특별한 경험들이 궁금한 분들께 재밌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꾸준히 적는 게 가장 우선이겠지. 아마 연재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내가 다녀온 8월이 될 것 같다.
아마, 그때 즈음 나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나 글감과 추억을 쌓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