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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y 12. 2024

자전거 도둑

어렸을 적 동네에 자전거 도둑이 많았다.

CCTV가 없는 곳에서는 자물쇠도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는 집 안에 보관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관대했고 가족들에게 엄격했다.

자전거를 훔친 사람이 아닌, 피해자인 나를 탓했다.

갈빗집에서 엎드려뻗친 채 눈물을 흘렸던 기억에 어질 하다.


외할머니께서 말리셔도 소용없었다.

아버지의 "왜 간수를 못했냐"는 윽박지름에 답하지 못했다.

반지하 가장 작은 방의 창문으로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었고.




자라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이상한 이유, 남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혼나는 날에는

울어야만 상황이 끝나곤 했기에, 무의식적으로 흘러내렸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눈물이 많았다.

선생님의 강요에도, 선배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을 때도

울고 싶지 않아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릴 적부터 오이를 먹지 못했다.

향이 너무 거부감이 들어 조금만 들어가도 먹지 못했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아버지의 강요도 한몫했다.


잊고 싶었기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어린이집에서는 기저귀를 찬 채 손을 들고 있었고,

또다시 온 가족들 앞에서 엎드려뻗쳤던 손목이 아리다.


그때마다 눈물 속으로 도망치려 했다.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졌지만 현실은 그대로였다.

또 울게 될 일들이 생길 터였다.


그들에게 묻는다면 사랑했기에 그랬다고 말하겠지만

자신들의 안락함과 만족을 위해 행동했을 뿐

나를 위한 행동들은 없었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조금씩 극복한 후에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눈물샘의 뿌리를 살펴본 후, 눈물이 그쳤다.

그들을 바꿀 수 없다 해도 나는 바뀌어야 했다.


충격이 다가올 때는 면밀히 살핀다.

그 사건에 내 잘못이 있는 것인지를,

불필요한 잘못을 나에게 내가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악습의 고리를 끊고 이 기억들은 나만의 것이길 바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온전한 사랑을 주고 싶다.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주고받는 삶을 추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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