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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Oct 04. 2024

덧에 갇힌 날

시간의 흐름을 '덧없다'라고 할 때, 덧은 찰나의 아주 짧은 순간을 의미한다. 짧은 순간인지, 짧은 순간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을 의미하는지는 각자에게 주어진다.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며, 하루 종일 들썩이는 마음이 닻을 내리지 못해 붕붕 떠다니는 날이었다.


그러다 '덧 없이 흐르는 시간'이라는 문장이 날아와 박혔고, 그 의미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떠남을 알고 있기에 쉽게 흘려보내기 어려웠다.


찰나의 눈빛, 파스텔 톤의 저녁 하늘처럼 긴 시간보다 강렬한 순간들이 기억으로 남곤 한다. 최근에 이런 순간이 꽤 많아졌다.




즐겁게 사는 것일지도,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인지 확실치 않다.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책처럼 언젠가 알게 되겠지라 생각하고 책장을 덮어버릴 수밖에.


그런 날은 '덧'에 갇힌 날이라 생각한다. 떠다니는 마음들이 내 마음을 나르는 뗏목이라 생각하고 내버려 둔다. 망망대해일지라도 언젠가 섬에 닿지 않을까.


내 마음을 탓하기보다는 마음의 그릇에 꽤 강렬한 순간들이 떠다니고 있구나, 지금, 혹은 언젠가 소중하다 생각될 것들이 들어오는구나 하며. 열심히 멍 때려 본다.


언젠가 이 덧들을 그리워하겠지.

그걸 알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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