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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Apr 13. 2024

27. 천재작가, 출간 후기(feat. 사랑꾼의 진실)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

인세는 얼마나 벌어?


출간 이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답변이 늘 어렵다. 이미 받은 계약금 100만 원이 선인세 개념이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님께 턱을 내고, 고생한 아내에게 선물도 하나 사주고, 책 구매한 지인들에게 밥도 사고 커피도 사주고 하다 보니 진즉에 다 쓰고 한 푼도 없다. 수익은 고사하고 적자를 갱신 중이다. 주식은 망해도 원금만 사라지지만 출간은 다르다.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자본주의 사회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행위가 분명하다.


"다음 책 베스트셀러에 7주나 오르지 않았냐고?"

맞다. 그런데 이게 B급 베스트셀러다. 태권도에 다니면 1년 만에 검은 띠 주면서 '우쭈쭈' 해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유단자가 된다고 모두가 정식 시합에 나가는 건 아니다. 도복 입고 어깨 펴고 동네를 활보할 자격이 주어질 뿐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포털 사이트 베스트셀러 선정은 "나 작가 됐어요" 하고 주변에 알릴 자격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하다. 진짜는 뭐냐고?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에 1주일간 전시되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가 출판업계에서 인정하는 기준이다. 그런데 이건 뭐 하늘의 별 따기니 남의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주간 판매량 20위 이내에 무명작가가 오르기는 로또 1등 당첨만큼이나 어렵다. '시/에세이 분야' 주간베스트 1,0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게 현실이다.

"그럼, 지금까지 허위 광고 한 거 아니냐고?"

그건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과대광고다. 빵빵한 과자 봉지 안에 들어있는 과자 양이 적은 것 정도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아닌 줄 알면서도 베스트셀러 운운하며 스스로를 붕붕 띄운 건 이유가 다 있다.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들이 아낀 용돈으로 구입한 책에 '굿즈'로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 함께 미소 지으며 꿈을 키우는 시간이 행복했고, 작가님들께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고로, 이제는 가감 없는 무명작가의 현실을 전할 때가 된 듯하다.

"출간의 목적이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렵게 1쇄 2천 부를 소진해도 작가 손에 쥐어지는 건 고작 200만 원 수준이다. 수천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 고생한 것 치고는 금액이 너무 적다. 그런데 이것 또한 기적이나 다름없으니 씁쓸하기만 하다. 결국 인세는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예비작가들이 출간을 못해서 안달일까?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읽다 보니 답이 얼추 나온다. 인간의 허영심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동기는 미스테리지만 무엇에 홀린 듯 쓰고 있다면 당신은 작가가 분명하다. 나와 마찬가지로 평생 글을 써야 할 운명이다. 그렇다면 길게 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필요하다.




"출간을 하니 도서관이 더 좋아진다."


천재작가는 매주 도서관에 방문한다. 빌린 책을 반납함과 동시에 <811.8>로 달려간다. 반가운 나의 분신은 보고 또 봐도 결코 질리지 않는다. 두 권이 함께 놓인 순간을 포착하고 싶은데 한 권이 늘 대여중이라 살짝 아쉽다. 스마트폰의 스피커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서 소리가 지 않게 '찰칵' 하고 사진도 몇 장 찍는다. "7살 딸아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7살 딸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와도 이 책을 만날 수 있다"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슬쩍 번진다.



"도서관 납본은 출간욕을 자극한다."


ISBN을 발급받은 정식 도서는 출간 한 달 이내 국가 도서관에 4권을 납본해야 한다. 2권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하고, 나머지 2권은 국회도서관에서 소장한다. 1권은 열람용으로 서가에 꽂히고, 나머지 1권은 보존서가에서 보관된다. 책 값은 정가에 50%만 지급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작가에게는 좋은 제도가 분명하다. 30억 원 상당의 온습도 조절 장치가 있는 보존서가에서 수백 년 된 고서와 함께 내 책이 보관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기에는 출간만큼 효과적인 드물다.


"출간을 하게 되면 법원도서관을 기억하자."


법원도서관도 국립도서관이다.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회원 가입을 할 수 있고, 희망도서 신청이 가능하다. 1권을 더 납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 잊지 말고 챙기길 바란다. 미스테리 한 힘에 이끌리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면 이왕이면 출간까지 경험했으면 한다. 출간을 하면 일상의 순간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출간을 하니 아내가 계속 놀림을 받는다."


"어머~! 남편이 어~~ 엄~~ 청 사랑꾼이야. 좋겠어."


옆에 있던 지인도 얼른 거든다.


"맞아 맞아. 나도 남편한테 OO이 아빠처럼 혼자 아이 데리고 키즈 카페 좀 다녀오라고 막 뭐라고 했잖아."


분위기를 살피던 나머지 한 명도 즉각 동조한다.


"남편이 꽃도 사주고, 꽃꽂이도 시켜준다며?"


어느덧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아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한다.


"그래서 작가예요. 이야기를 엄청 잘 지어내요. 한두 번 한 걸 그렇게 매일 하는 것처럼 잘도 쓴다니까요."


아내는 요즘 "사람들이 내가 최수종이랑 사는 줄 알아"라고 말하며 억울해한다. 진실이 무엇일까? 천재작가는 사랑꾼일까? 아니면 작가일까? 정답은 아래에 공개한다.




"천재작가의 퇴근길은 편도 35킬로 미터다."


반포 IC에서 신갈 IC까지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금요일은 10분 정도 더 걸리고, 연휴 전날은 30분 이상 더 지체되기도 한다. 4월 12일 금요일, 아내에게 1시간 10분 후 도착 예정을 알리고 출발했는데 서울 톨게이트 주변이 주차장이다. 왜인지 고민을 해보니 금세 답이 나온다. 아내에게 카톡으로 도로 상황을 전한다.


다들 꽃놀이 가나 봐.
왜 이리 차가 막히나 했더니 이유가 다 있었네.
당연한 날이었네.
사람들은 나랑 다르게 꽃이 귀하니까.
나는 매일 꽃이랑 사는데^.~


남편의 퇴근이 늦아진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아내는 기분이 좋아진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활짝 웃는 얼굴이 비칠 지경이다.


아내의 답장

답을 알겠는가? 천재작가는 사랑꾼이 되고자 노력하는 작가다. 따스한 말을 건네니 일상에 행복이 더해짐을 느낀다. 꽃이 참 예쁜 봄날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보자.


"아니~ 작가님!, 부끄러워서 못 하시겠다고요?"


삶에서 출간은 옵션이고, 행복은 필수다. 가까운 사람의 마음도 흔들지 못하면서 출간을 꿈꾸는 건 욕심이 분명하다. 당신의 언어에 꽃향기가 가득 스며들길 바라며, 선조들의 귀한 가르침을 남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무명작가 에세이 출간기>는 여기까지다. 꽃놀이 잘 즐기고, 에필로그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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