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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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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롱이 Nov 03. 2024

2024년 괴산 김장축제

2024년 11월 2일(토) 청주발 괴산행 시외버스에 몸을 싣는다. 1시간 20분 걸려 괴산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린다. 괴산은 선착순이다.


2024괴산김장축제가 열리는 괴산 유기농 엑스포광장으로 걸어간다. 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11월 초 날씨치곤 이마에 땀이 날 정도로 덥다.


하늘엔 조각구름들이 푸름 속에 군데군데 하얀 덧칠을 하고 동진천 물 위로 흐리게 모습을 드러낸다. 괴산을 상징하는 조형물 다리가 눈에 띄고, 다리 우측 광장 건물 위론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큰 풍선에 달려있다.


광장에 도착한다. 원스톱 김장 체험 구역엔 주최 측에서 제공한 절임 배추와 양념으로 신청자분들이 가족과 함께 김장하고 있다. 힘든 모습보단 서로 대화를 나누며 환한 모습으로 김장 체험을 즐긴다.


김치 스토리 역사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시식용으로 제공하는 올갱이밥에 배추겉절이를 곁들여 먹는다.


올갱이밥은 괴산에서 자란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다.)와 버섯을 넣어 지었다. 흰밥에 옥빛 올갱이의 색감이 도드라진다. 밥과 함께 씹히는 버섯, 올갱이의 식감과 풍미가 기껍다.


담백한 밥에, 갖은양념에 무친 겉절이의 싱싱한 식감과 매콤짭짤한 간이 어우러지며 맛을 보탠다.


시식 후 역사에 기록된 김치들을 둘러본다. 식재료와 김치가 모형이 아니어서 마음에 와닿았다.


팔도 김치 전시관도 둘러본다. 팔도 김치에 대한 설명글과 김치들이 재현되어 있다. 직접 만든 음식들이라 실감이 난다.


함경도 명태배추김치, 강원도 서거리깍두기, 제주도 자리돔박김치, 전라도 나주반지가 눈에 띄었다.


명인의 김장간에선 요리 연구가 이하연 님이 강연 중이었다. 정답을 맞히면 배추 한 포기가 선물이라며 김치가 뭔지 청객들에게 물었다. 여러 대답이 나왔다. '발효, 숙성'한다고 말을 보탰다. 정답자가 되었다. 배추를 들고 다닐 수 없다 하니 다른 분 줘도 된다고 하여 엄마와 함께 온 여 초등학생을 지목했다. 모녀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했다.


사람들 줄이 길게 선 곳으로 향한다. 괴산군에 속한 여러 면에서 만든 김치를 시식할 수 있었다. 김치만 먹으면 짜니 밥, 고구마, 물 등을 주는 면들도 있었다. 배추와 속 재료, 양념, 만든이의 손맛, 숙성 기간 등이 다르다. 비슷한 듯 다른 맛이 가지각색이다.


홍시로 단맛을 낸 연풍면 김치와 누룩과 새우젓으로 발효한다는 사리면의 김치가 특색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김치만 먹었더니 갈증이 난다. 구워 먹기 체험존에서 맥주 한 캔(3,000원)과 양미리구이(3마리 5,000원)를 주문한다.


양미리는 오븐에 초벌해 둔 것을 내준다. 식은 양미리를 번개탄 불판에 따뜻하게 구워 맥주 한잔 들이켠다. 더위에 흐른 땀이 누그러진다. 바닷가에서 먹는 생물보다 맛은 덜하지만 바다 먹거리를 산촌에서 먹을 수 있는 현실에 고마움을 느낀다.


가족과 연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양한 먹거리를 구워 먹으며 얘기 나누는 모습이 흥겨워 보인다. 양해를 구하고 불판에 굽는 구이들을 찍는다.


사진을 찍은 후 다른 곳으로 향하다 천막 옆 그늘진 곳에 좌판을 연 할머님이 앉아 계신다.


가까이 다가선다. 시골청국장, 무장아찌와 푸른 잎이 보인다. 푸른 잎 앞 종이에 연한 호박잎 2,000원이라 쓰여 있다. 많이 먹어본 호박잎과 다르다. 글씨처럼 어리고 순해 보인다. 사고 싶었지만, 집에도 여기저기 나니 참아야 했다. 시골 먹거리만큼 수더분한 할머님 얼굴을 대신 담아간다.


2024년 8월 고추축제때 방문한 '사계담은 꿀과 허니버블'에 들린다. 사장님 내외분이 관광객 응대하느라 바쁘다. 사진만 찍는다.


사계담은 꿀과 허니버블은 고추축제때 페친분의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들렸다.


양봉업을 하는 페친분과 공방을 꾸리시는 사모님이 계셨다. 미드(벌꿀 술)는 양봉한 꿀을 채취하여 자연 발효한 술이다. 도수는 8~10도라고 한다. 처음 벌꿀 술을 맛봤다.


벌꿀 술이 담긴 통이 두 개였다. 모두 시음한 결과 발효 시간의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맛과 향의 차이는 달랐다. 한쪽이 앉은뱅이 술처럼 술술 넘어갈 정도로 편안한 맛이라면 다른 쪽은 술꾼들이 좋아할 알싸한 풍취를 목 넘김과 함께 뇌로 바로 전달했다. 내겐 물론 후자가 좋았다.


꿀의 진한 단맛은 줄고 향과 은은한 단맛은 남았다. 인간에게 알코올을 내주며 남은 귀한 풍미다.


괴산에서 나는 자연의 식재료에 자신들의 철학과 경험을 녹여내었다.


인간의 간섭을 최대한 줄인 음식에 먹는 이는 흐뭇했다. 발견과 발명을 해나가는 페친분들을 응원한다.


옥수수빵도 시식하고 산미 나는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G1 스페셜티 등급 원두로 핸드드립한 커피(3,000원) 한잔도 마신다.


커피를 마신 후 괴산 시내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괴산 상징 조형물 다리를 건너는데 괴산종합운동장 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전국노래자랑 괴산군 편을 녹화 중이다.


잠시 들려본다. 가수 조항조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관객 중에 노란 옷에 노란 풍선을 든 여성분들이 많다. 가수 박서진 씨 팬들이다. 조항조 씨 앵콜송을 들으며 괴산 시내버스 터미널로 걸어간다.


터미널에 도착한다. 군내버스 시간표 아래 번호가 쓰인 현금통들이 쌓여있다.

 

은행나무길이 유명한 문광저수지행 군내버스가 16시에 있다. 30여 분 기다린다.


전국노래자랑 구경 후 터미널로 온 할머니들 손에는 검은 글씨로 '박서진' 이름이 새겨진 노란 풍선이 들려 있다. 뜨내기와 현지 어르신들은 서로 다른 축제를 즐겼다.


어르신들은 추억의 노란 풍선을  쥐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뜨내기 여행객도 다른 노란색의 추억을 보러 천행 버스에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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