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할 때 아는 맛!
해남읍 5일 시장(1, 6일)이 서는 날, 해남읍5일시장 안에 있는 '옥희네밥집'을 찾는다. 옥희네밥집은 해남 여행 전에 아침 식사 할 곳으로 미리 알아 두었다. 장날은 새벽 5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아침 8시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식당 분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계신다. 불길함을 느끼며 식사 가능한지 물어본다. 예감대로 밥이 다 떨어져서 영업을 마쳤다며 부근에 있는 ‘간판 없는 밥집’을 소개해 준다.
'간판 없는 밥집'은 말 그대로 식당 상호도 간판도 없다. 좌판 장사하시는 분들, 장날 물건 사러 오신 분들이 식사도 하시고 밑반찬에 술도 한잔하신다. 내부 공간이 넓지 않아 빈자리가 나면 자연스럽게 합석한다.
함께 할 때 아는 맛
장날 시장 오신 어르신 두 분과 합석하여 밥상을 받는다. 합석하신 분들과 밑반찬을 함께 먹어야 한다.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이긴 하지만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론 타지역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어 싫어하지 않는다.
합석하신 분들과 밑반찬은 함께 먹지만 밥과 국은 개인마다 따로 내준다. 한식의 기본이자 백반의 주연인 밥과 국이다. 따뜻한 하얀 쌀밥을 공기가 넘치게 담았다. 장터의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고봉밥이다.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우거지 된장국을 맛본다. 구뜰하다. 국물을 머금은 배추 우거지가 촉촉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밥과 국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백반이다.
식탁 위에 놓인 밑반찬을 눈으로 훑어본다. 매콤한 고춧가루를 넣어 담근 시원한 양파김치, 아릿한 파김치, 사근사근 씹히는 고구마 순 무침, 깍두기, 삭힌 고추지, 신 열무김치, 배추김치, 곰삭은 멸치젓갈, 어린 열무김치 등 밑반찬에 부드럽고 달콤한 무를 넣은 작은 조기조림 반찬이 더해진다. 투박하게 접시에 담은 밑반찬 양이 매몰스럽지 않다.
뽀얀 고봉밥에 색색의 찬을 얹어 먹는다. 밥공기가 넘치게 담겼던 흰색은 사라지고 은색 바닥만이 덩그러니 남는다. 수수하지만 다양한 시골 장터의 맛과 식감을 맛봤다.
어르신들과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지만, 사람의 온기는 오롯이 전해졌다. 음식은 사람과 어우러져서 먹어야 맛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뜨내기 여행객을 식구로 만들어 준, 정겨운 서민의 밥상이었다.
식사를 마치신 어르신들은 먼저 자리를 뜨신다. 큰 대접에 담은 진한 갈색빛 보리차를 빈 밥공기에 한가득 따라 마신다. 시원하고 구수하다. 개운하게 식사를 마무리한다. 시골 장터 간판 없는 밥집에서 사람과 함께 해야 아는 맛을 깨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