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딸이 되기로 했다.
이 글을 적는 이유
나는 형편없는 딸이 되기로 했다. 내 나름 노력을 했는데 결국에 내가 들었던 말은 '형편없는 XX' 였다. 그래, 그럼 이제 그냥 형편없는 딸이 되자.
나처럼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이 상처받은 이들, 상처받고 있는 이들이 스스로를 용서하고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
사람들에겐 많은 고민이 있다. 연애문제, 금전문제, 직장문제, 고부갈등, 부부갈등, 자식교육 등등...
그런데 선뜻 부모문제는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그게 절친한 친구일지라도. 심지어 익명세상에서도 쉽지가 않다. 사회통념상 부모란 거역할 수 없는 존재 혹은 불효란 천벌 받을만한 일이라 여겨지기에 그렇다. 부모욕은 남이하면 패드립이지만, 내가 하면 패륜아가 돼버린다.
그래서 나도 평생을 속에 품고 살아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잘해주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나쁜 마음을 품는 내가 잘못된 애라고 못돼먹은 애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시야를 넓히고 익명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니 나만 부모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했다. 마치 나처럼. 그래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내 경험을 토대로 열심히 댓글을 달았더니 다들 고맙다고 위안이 많이 되었다고 해주었다. 내댓글은 좋아요나 공감도 많이받았다. 더 많은 분들이 위안을 받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기로 했다. 아무리 익명이라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미 형편없는 딸이 되기로 했기에 용기를 내보고자 한다.
나는 물리적 폭행을 당한 적은 없다. 아주아주 기본적으로 누릴 것은 누리고 자랐다. 누군가가 보면 그 정도라도 나는 부럽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복에 겨웠다고 그럴 수도 있겠다. 사랑만 받고 자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이 가 보면 말이 되냐고 남도 그렇게는 안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내 남편이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정서적으로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라고 예전의 나를 표현하고 싶다.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없는 것 같다.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상처받은 이들이 용기 내서 목소리를 내고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지금의 나처럼.
내가 적으려는 글의 결론은 '당신은 지금껏 충분히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는 남들(그것이 심지어 가족, 부모 일지라도) 신경쓰지말고 스스로가 행복한길로 마음 가는 대로 하세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