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과 함께' 웹툰을 연재당시에 봤었다. 그때가 아마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지옥이 현대화 됐다는 설정이 신선했고, 감동도 있었고, 한국민속신화 같은 것을 많이 따왔던 게 인상 깊어서 굉장히 감명 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 당시에도 지옥 중에 천륜지옥에 좀 의문이 갔다. 부모가 자식가슴에 못박은건 왜 따지지 않고 자식이 못 박은 것만 따지지? 그래 우리나라는 효가 매우 중요하지. 그렇게 넘어갔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것 같다. 행복하다고.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하다고. 사실 태어나서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없었는데, 그 순간이 지금이라고.
어릴 때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다들 행복 행복 하는데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질 않았다. 그럼에도 왜 깊은 의심을 갖지는 않았을까. 더 깊이 의심했어야 한다. 지금 와서 보니 그렇다. 성인이 된 후에도 다시 의심해 봤어야 한다.
내가 깊이 의심하지 않은 건, 내가 회피형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회피형 불안이 있어서 종종 회피형 방어기제가 발동할 때면 남편과의 갈등이 심해지곤 한다. 아직도 부딪쳐보기 전에 피해 가기도 한다. 아마 학습된 무기력도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부딪쳐봐도, 결국 부모와 자식 간이라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또 쳐봐도 깨지기만 한 거다. 깨지고 아파도 그래도 부모님이니까. 부모님이 낳아주고 키워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니까. 내가 이해하고 내가 그러려니 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왜 지금 행복할까? 남편은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걸 좋아하고, 그런 면에서 매불쇼를 매우 좋아한다. 매불쇼 중에도 최근에는 철학얘기하는 코너를 가장 좋아한다. 최근에 봤던 내용은 행복한 삶이었다. 행복한 삶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한다.
1. 즐거운 삶 (맛있는 음식, 재미있는 영화, 즐거운 여행, 파티 등)
2. 좋은 삶 (몰입하는 삶)
3. 의미 있는 삶 (개인마다 다른 기준)
이 세 가지가 모두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좋은 삶과 의미 있는 삶이 함께 있을 때 사람은 만족스럽다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즐거운 삶만 있어서는 만족스럽다고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지금 2번과 3번을 충족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선택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그 사람과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키우는 일에 몰입하고 있다. 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이 아이가 나중에 '나는 정말 사랑받으면서 컸어!'라고 남들에게 말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넌 정말 사랑받으면서 컸구나.'라는 말을 남들에게 듣게 해주고 싶다.
내가 이전에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한 것은 즐거운 삶만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즐거운 일은 충분히 있었다. 맛있는 것도 먹었고, 재미있는 영화 뮤지컬도 보고, 여행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복하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컸던 것은 아버지의 존재였던 것 같다. 다된 밥에 재 뿌린다는 표현은 정말 우리 아버지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이랬다 저랬다 예측이 불가한 그의 호불호도 한몫한 것 같다. 나는 최대한 입을 닫고 거짓말을 하는 선택을 했다. 이 얘기는 다음에 써봐야겠다.
결국, 그래서 나는 나의 현재의 삶 속 행복을 위해서 죽고 난 후에 천륜지옥에 가기로 했다. 부모님에게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착한 딸로 살았던(부모님은 특히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 안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 인생을 뒤집어엎었다는 얘기다.
내 마음과 내 삶을 야금야금 파먹고 있던, 한편에서 썩어가던 내 삶의 일부를 떼어냈다. 마치 썩어가던 이를 뽑아낸 기분 같달까. (실제로 뽑아본 적은 없지만) 썩어가는 이가 잇몸을 녹아내리게 하고, 옆의 잇몸까지 염증을 만들고, 옆의 다른 이까지 썩게 만들며 지속적인 통증까지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이니까 뽑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뽑지 않다가 드디어 결심을 한 거다. 뽑아내기로. 뽑을 땐 너무 아프고 죽을 것 같았는데 뽑아내고 그 자리가 비로소 아물고 나니 탄성이 나온다.'아, 진작에 뽑을걸. 왜 그렇게도 힘들게 참으면서 버텼을까.' 뽑고 나니 잇몸의 염증도 사라지고, 옆에 다른 이도 더 이상 썩지 않게 된 거다. 여태껏 엄청 아픈데 참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안 아픈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