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전쟁
어린아이들이 흔하게 겪는 일명 침독. 접촉성피부염이 유난히도 심했던 아이.
결국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까지 해야 해서 이유식도 중단하는 사태가 되었다.
어느 정도로 심했느냐 하면 입 주변 볼과 턱에서 진물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정말로 이게 침독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토피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토피라기에는 전신 그 어디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로지 침이 닿는 부위에만 증상이 나타났다. 볼과 턱 그리고 침이 떨어지는 가슴께. 문화센터나 다른 데서 만난 아기들을 봐도 유난히 침을 많이 흘리는 아이이기는 했다.
스테로이드 연고까지 사용을 해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이유식을 안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너무 안 낫다 보니까 다른 병원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다른 연고를 처방해 줬다. 역시나 스테로이드 연고 이기는 했지만, 한 번만 발랐는데도 차도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방문한 병원의 의사에게서는 너무 심하니 하루 두 번까지도 발라주라는 처방을 받았다.
드디어 차도가 보이고 붉은기가 사라지는 게 보이자 눈물이 날 뻔했다.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만나는 사람마다 아기 턱이 왜 그러냐고 묻는데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는 또 얼마나 가려웠을까. 보는 내가 다 가려워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연고를 꾸준히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테로이드연고의 부작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피부가 얇아져 혈관이 노출되거나, 멍이 들거나, 각종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오남용에 가장 주의해야 한다. 특히나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안된 아기라면 더더욱 말이다.
석사까지 하고 화학회사 연구원으로 일했던 입장에서 의약품은 정말 필요할 때 외에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연구원 출신의 개인의견. 의/약사 아님. 안아키 아님) 화학이라는 게 정말 유용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다.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 아무리 임상시험을 한다지만 임상시험도 결국 통제된 환경과 조건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환경과 조건도 의약품 연구/제조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최대한 설정되었을 확률이 높다. 대부분 임상환자를 장기간 추적하지 않으며, 장기간 통제된 환경을 유지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작은 의약품 하나가 그 사람의 미래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을 중지하자 다시금 침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언제까지고 이유식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유식까지 먹이자 침독은 다시금 번져나갔고, 아기가 긁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해지면 스테로이드연고를 소량 사용해 줬다가, 조금 나아지면 사용중지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소리 없는 전쟁은 그 끝을 알 수 없이 지난하게 이어졌다.
그 사이 터득한 요령은
1. 최대한 침을 자주 닦아주기.
2. 보습. 또 보습.
3. 손에 묻은 침도 계속 닦아주기
4. 집안 습도 유지하기
그렇게 계속 흐르는 침과 보습과의 전쟁이 이어졌다. 건조한 집이라 습도와의 전쟁까지. 보습은 이렇게까지 발라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보습제를 듬뿍 발라주었더니 더 심해지지는 않는 상태를 유지했다.
5개월에 시작된 아이의 접촉성 피부염 일명 침독은 돌이 지나서야 호전이 되었다. 길고 긴 전투였다.
이유식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