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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어 Feb 07. 2024

첫 이유식과 침독

피부가 왜 이래

어느 정도 육아가 루틴대로 이루어지고, 제법 요령도 생겨서 궤도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제는 이유식을 할 차례가 왔다. 분유만 먹으면 참 편한데 말이야. 그래도 아이가 커서 밥을 먹으려면 적응기가 필요하니 이유식은 필수다. 

이유식은 보통 단계를 나눠 진행하게 되며, 서서히 질감을 높여나가 최종적으로는 우리가 먹는 것과 같은 밥을 먹는 게 목표다. 통상 분유를 먹는 아기는 4개월, 모유를 먹는 아기는 6개월에 시작했었지만, 최근엔 모유 분유 상관없이 6개월에 이유식을 시작하는 것이 권고사항이다.


이유식의 단계는 아래와 같다.


6개월 초기이유식 (미음)

7~9개월 중기이유식 (묽은 죽)

10~11개월 후기이유식 (죽)

12개월~13개월 진밥

13개월~ 유아식


이유식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는 하기사항을 체크해 보면 된다.


-혼자 허리를 펴고 (범보의자, 아기의자 등에) 앉아있을 수 있는가?

-부모가 밥 먹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가?

-부모가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침을 흘리거나 군침을 삼키는가?


개월수가 되었고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이유식을 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유식 시기에는 밥을 먹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갑자기 모유 혹은 분유 즉, 액체만 먹다가 밥을 먹기는 어렵다. 고형식을 하는 데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참 사람하나 만들기 쉽지 않다. 인간은 어찌 이렇게 아무것도 혼자 못하게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험한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이유식도 시판을 먹일지 직접 만들어 먹일지 선택할 수 있다. 좋은 세상이다. 돈만 내면 매일 아침마다 먹여야 할 이유식을 식단에 맞춰 문 앞까지 배송해 준다니 말이다. 

근데 난 너무 돈이 아까웠다. 보니까 만들기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특히나 초기 미음은 그냥 쌀가루 사다가 끓이기만 하면 되고!


그렇게 쌀가루를 사서 첫 이유식을 만들어 보았다.

첫 미음은 실패였다. 찬물에 개서 끓여야 하는데 끓는 물에 쌀가루를 넣어버렸다. 심기일전. 다시 찬물에 쌀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끓여주었다.

분유도 워낙 잘 먹는 아이라서 잘 먹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첫 이유식을 주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아이가 첫 이유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게 받아먹었다.

처음엔 연습한다는 느낌으로 소량만 먹여주었다. 서서히 양은 늘려가면 된다.


이후로는 소고기, 야채 등을 곱게 갈아서 미음에 같이 넣어주면 된다. 어렵지 않다. 시판 이유식은 솔직히 공장에서 모르는 누군가가 만든 것인데 믿음직스럽지 않았다.(실제로 위생불량에 걸리거나 함량이나 원산지를 속인 업체들이 있었다.) 특히나 내가 몇 가지 알러지가 있어서 아이도 알러지가 있을까 봐 불안한 상황에서 모든 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공장제품을 먹이고 싶지는 않았다. 나 같은 경우는 그랬다는 거다. 제조업에서 연구, 생산관리 다 해보고 일해본 입장에서 공장제품을 아기에게 먹이고 싶지가 않았다. 피곤하고 힘들다면 굳이 힘들이지 않고 시판을 쓰는 편이 편리하긴 하다. 시판제품을 먹여야겠다면 시판제품은 함량이 적으니 소고기정도는 직접 추가해 주길 추천한다.




이유식은 생각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 시도만 성공이었다. 아이는 앉아있기를 불편해하고 힘들어했다. 다른 야채가 섞이면서 아이가 잘 안 먹는 날이 많아졌다. 만들어 놓은 이유식은 촉감놀이의 대상이 되거나 다 남겨져 버려져야 했다. 

그래도 아이가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촉감놀이라도 해라~'하고 주었다. 내가 어릴 때 편식이 아주 심해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였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편식이 없었으면 했다. 식사와 친해지고 다양한 재료를 접하고, 촉감놀이도 많이 하게 해주는 게 좋다고 해서 치우기 힘들어도 아이에게 접할 기회를 충분히 주려고 노력했다. 이유식을 잘 먹지 않아도 스트레스받아할 필요가 없다. 계속 접하게 해주는 게 목적이지 다 먹게 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이유식 책에서 정해준 초기이유식은 몇 g을  먹어야 하고 소고기는 몇 g을 먹어야 하고 이런 것들에 집착하면서 스트레스받아하는 엄마들을 보면 많이 안타까웠다. 나는 몇 g인지 측정해 본 적도 없다. 눈대중으로 적당량을 주었다. 안 먹으면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버렸다. 중기이유식부터는 아기가 남긴 건 참기름+소금 간+김가루 뿌려서 먹으면 내가 먹어도 맛있었다.


문제는 우리 아들의 침독이었다. 원래도 침을 워낙에 많이 흘리는 아기라서 약간 있기는 했는데, 첫 이유식 후로 턱과 입주위가 울긋불긋 심해진 것이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조차도 이런 경우를 실제로 처음 보는 눈치였다. '접촉성 피부염'인데 너무 심하다고 했다. 이유식을 잠시 쉬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쌀가루 때문이면 너무 심각한 문제가 아니던가. 우리의 주식은 쌀인데 쌀 때문이라는 거니까 말이다. 이유식을 잠시 쉬니까 조금 좋아진 것 같아서 다시 이유식을 하면 또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여행을 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시판이유식을 사 먹였는데 아이의 턱에서 피가 났다. 접촉성 피부염이 너무 심해서 아기들에겐 안 쓰는 걸 추천하는 데 어쩔 수 없으니 '스테로이드 연고'까지 쓰라고 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고민이 많이 되었고, 하는 수 없이 턱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이유식을 중단하기로 했다.



침독과의 전쟁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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