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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윤 Feb 14. 2024

침독과의 전쟁

소리 없는 전쟁

어린아이들이 흔하게 겪는 일명 침독. 접촉성피부염이 유난히도 심했던 아이.

결국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까지 해야 해서 이유식도 중단하는 사태가 되었다.


어느 정도로 심했느냐 하면 입 주변 볼과 턱에서 진물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정말로 이게 침독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토피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토피라기에는 전신 그 어디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로지 침이 닿는 부위에만 증상이 나타났다. 볼과 턱 그리고 침이 떨어지는 가슴께. 문화센터나 다른 데서 만난 아기들을 봐도 유난히 침을 많이 흘리는 아이이기는 했다. 

너무나 심했던 침독

스테로이드 연고까지 사용을 해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이유식을 안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너무 안 낫다 보니까 다른 병원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다른 연고를 처방해 줬다. 역시나 스테로이드 연고 이기는 했지만, 한 번만 발랐는데도 차도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방문한 병원의 의사에게서는 너무 심하니 하루 두 번까지도 발라주라는 처방을 받았다.  

드디어 차도가 보이고 붉은기가 사라지는 게 보이자 눈물이 날 뻔했다.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만나는 사람마다 아기 턱이 왜 그러냐고 묻는데 정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는 또 얼마나 가려웠을까. 보는 내가 다 가려워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연고를 꾸준히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테로이드연고의 부작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피부가 얇아져 혈관이 노출되거나, 멍이 들거나, 각종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오남용에 가장 주의해야 한다. 특히나 아직 태어난 지 1년도 안된 아기라면 더더욱 말이다. 

석사까지 하고 화학회사 연구원으로 일했던 입장에서 의약품은 정말 필요할 때 외에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연구원 출신의 개인의견. 의/약사 아님. 안아키 아님) 화학이라는 게 정말 유용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다.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 아무리 임상시험을 한다지만 임상시험도 결국 통제된 환경과 조건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환경과 조건도 의약품 연구/제조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최대한 설정되었을 확률이 높다. 대부분 임상환자를 장기간 추적하지 않으며, 장기간 통제된 환경을 유지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작은 의약품 하나가 그 사람의 미래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을 중지하자 다시금 침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더라도 언제까지고 이유식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유식까지 먹이자 침독은 다시금 번져나갔고, 아기가 긁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해지면 스테로이드연고를 소량 사용해 줬다가, 조금 나아지면 사용중지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소리 없는 전쟁은 그 끝을 알 수 없이 지난하게 이어졌다

그 사이 터득한 요령은 

1. 최대한 침을 자주 닦아주기. 

2. 보습. 또 보습. 

3. 손에 묻은 침도 계속 닦아주기

4. 집안 습도 유지하기


그렇게 계속 흐르는 침과 보습과의 전쟁이 이어졌다. 건조한 집이라 습도와의 전쟁까지. 보습은 이렇게까지 발라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보습제를 듬뿍 발라주었더니 더 심해지지는 않는 상태를 유지했다. 


5개월에 시작된 아이의 접촉성 피부염 일명 침독은 돌이 지나서야 호전이 되었다. 길고 긴 전투였다.




이유식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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