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진실을 마주하고 오늘을 마주해. 그럼 내일이 떠오를 거야
오늘 우리가 살펴볼 영화는 바로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 이야.
하나가 모여서 둘이 되고, 둘이 나누면 하나가 되는 것처럼 인생에서 '하나'라는 의미는 참 특별한 것 같아.
"우리는 반쪽짜리 진실만 볼 수 있나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야.
만약 우리가 반쪽짜리의 삶을 살고 있다면, 나머지 반쪽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영화는 등장인물의 삶을 보여주고, 후반부에서 그 이야기들을 포개어 편지 형식으로 전달해. 한 사람의 비범하고 웅장한 이야기보다 여러 사람의 평범하고 굴곡진 인생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니?
우리가 보지 못하는 나머지 반쪽짜리의 진실을 찾아서 보여주는 인물, 바로 위 사진의 양양이야.
그는 아주 어린 나이이지만 학교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들을 겪게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삶에 대해 질문하며 모순된 현실과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서 마주하는 용기 있고도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인물이야.
위 인물은 또 다른 주인공인 NJ의 딸, 팅팅이야.
팅팅은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할머니와 소통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영화의 초반부에서 할머니의 말을 대변해 주고,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에는 그녀로부터 구원받는 듯한 장면이 후반부에 연출돼.
할머니의 죽음뿐만 아니라 또 다른 죽음에도 관여되어 있는 걸 보았을 때, 그녀는 영화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드나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해.
위 두 인물의 아버지인 NJ라고 해.
그는 차분하고 섬세한 사람이지만,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뚜렷한 인물이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줄 아는 진정성을 갖췄지만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과 마찰로 인해서 괴로움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돼.
세 인물 외에도 여러 중요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영화 속에서 도드라지는 주인공은 없다고 봐도 무방해. 현실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니까.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지만 한 군데 모아놓고 보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가족'이라는 주제로 잘 담아낸 것 같아.
너는 '가족'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어?
나는 오랜 시간 동안 가족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방황했던 것 같아.
사랑해 보고, 증오해 보고, 외면해 보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아직까지도 답을 찾진 못했어.
그래도 하나 알게 된 점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을 '가족'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거야.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의 연출적인 요소는 바로 '불빛'과 '유리'야.
인물이 진실을 마주하지 못할 때, 두 인물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창문과 거울이 반복적으로 나와.
특히 민민이 거울을 등지고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연출의 진가가 나오는데, 우리는 반쪽짜리 진실밖에 보지 못한다는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담아낸 훌륭한 연출이라고 생각해.
마음이 답답하고 심란할 때, 우리는 자연스레 창밖의 유리를 보곤 해.
나는 유리에 비치는 수많은 불빛들을 보면서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빛을 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많아.
다른 누군가도 너의 모습을 그렇게 바라봐주지 않을까?
내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야. 팅팅이 자신의 첫사랑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카메라는 두 인물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형태도 뚜렷하지 않은 그들을 천천히, 고요히 담아내.
짙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자동차의 라이트, 자연스럽게 바뀌는 신호등 불빛은 인물들의 마음을 대신하는 역할을 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전혀 작위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다가와 깊은 여운을 받았던 것 같아.
혹시 너도 팅팅과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니?
현재의 삶이 너무 버겁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가끔은 과거로 돌아가서 힌트를 얻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그때 당시에는 잘 못 느꼈지만 지나고 보면 좋았던 거, 누구나 한 두 개 정도 있잖아.
인물 간의 갈등이 고조될 때 문의 밖과 안에 걸쳐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게 돼.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거나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는 순간들이 모두 방의 경계인 문 사이에서 이루어져.
호텔에 많은 방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여러 마음이 있어.
인생이란 나에게 맞는 방을 찾아가는 일일지도 모르지.
NJ의 가족들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인물, 일본인 개발자 '오타'야.
둘은 비슷한 가치관과 취향을 공유하며 특별한 유대감을 가지게 돼.
오타의 대사 또한 영화의 명대사로 꼽힐 만큼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우리는 왜 항상 처음을 두려워할까요?"
"매일이 인생에선 처음인데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매일 일어나는 것이 두려운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어.
오타의 말처럼 매일 '처음'을 살아가고 있는 거지.
처음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
처음도 결국 일상처럼 흘러갈 거야.
NJ는 첫사랑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게 돼.
영화는 동시에 팅팅의 첫사랑을 보여줘.
과거에 NJ가 첫사랑과 쌓았던 추억과 감정들을 현재의 팅팅이 고스란히 겪게 되는 과정을 보며
인생이란 번복할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해.
양양은 사진기로 주변 인물들의 뒷모습을 찍으며 사람들에게 본인들이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려 해.
극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볼 수 없는 것에 호기심을 갖는 인물이며,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며 직접 뛰어들어.
아직 순수한 어린아이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우리들에게도 양양과 같은 순수함이 남아 있을거야.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봄으로써,
누군가는 현실을 마주함으로써
구원받게 돼.
여기서 구원이란, 신의 구원이 아니야.
다시 태어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
우린 어차피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
자신을 용서함으로써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우리는 삶으로부터 구원받게 될 거야.
"할머니, 전 모르는 게 많아요. 제가 커서 뭘 하고 싶은 줄 아세요?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럼 날마다 재밌을 거예요. 할머니가 계신 곳도 알겠죠. 그럼 할머니께 가도 되나요?"
영화는 양양이 할머니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낭독하는 것으로 끝이 나게 돼.
영화 속에 이러한 대사가 있어.
"사람들이 영화를 보게 된 이후로 수명이 3배 늘어났다."
양양이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어가며 우리에게 보여주려 했던 진실은 무엇일까?
난 그 진실이 결국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경험들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영화를 봄으로 인해서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되잖아.
그러한 체험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기도 하고,
인생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
'하나 그리고 둘'이라는 영화는 그 열쇠가 되어주는 영화야.
속절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 놓쳤다는 생각이 들 때,
한번 꺼내보는 걸 추천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