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해부

사실과 진실 중 어떤 실을 꿰맬 것인가

by 코울필드


오늘 살펴볼 영화는 '추락의 해부'라는 영화야.

단순 제목만 보면 범죄 스릴러 같지만 드라마적인 부분도 있기에 나름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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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가는 과정의 끝에서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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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은 계단에서 공이 굴러 떨어지고 그 후에 '스눕'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으로 시작하게 돼. 영화에서 스눕은 마치 사뮈엘의 또 다른 자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


큰 음악소리가 흐르는 2층과 달리, 1층에서는 주인공인 산드라와 그녀의 제자로 보이는 '조에'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져. 큰 음악 소리 때문에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자 조에는 집을 떠나고, 그때 마침 ‘스눕'과 함께 산책을 갔다 온 '다니엘'이 스눕으로 인해 그의 아버지인 '사뮈엘'의 시신을 발견하게 돼. 추락의 현장에서 처연해하는 모자. 영화의 시작만 보면 범죄 스릴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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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산드라와 그녀의 변호사 '뱅상 렌'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돼.

이제 우리는 그 과정에서 둘이 나눈 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


"뭐가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제는 남들의 시선으로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해요."


이 영화는 단순히 사건의 진위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야.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볼 줄 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세상에는 페르소나들이 존재해.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숨겨가며 타인에게 꾸며낸 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가지.

그러한 과정에서 한 번씩 회의감을 느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야.


"진짜 나는 누구야?" , "내가 누구인지 이제 나도 잘 모르겠어." "나 자신을 숨기면서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어"


생존을 위해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는 쉽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어. 없는 에너지마저 쥐어짜며 애써 만든 내 가면이 부서져버리는 순간, 타인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게 되고 이내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숨어버리게 돼.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과 타인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볼 줄 아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어.

전자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후자는 생존을 넘어 투쟁과 성취를 위한 것이야.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기에는 인간이 가진 능력은 무한해.

인간은 누구나 '가능성'이라는 잠재력을 가졌고, 그 잠재력을 통해서 나만의 성취를 이뤄낼 수 있어.

꼭 큰 것이 아니어도 돼.


타인의 시선이 '동정'이던, '멸시' 던, '혐오'던 '사랑'이던 우리는 그것을 자세히, 그리고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그래야 내가 나 자신을 객관화시킬 수 있고,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현재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해있나'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될 거야.

그 후에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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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재판에서의 공방이 이야기의 후반부까지 이어지게 돼.


검사 앙투안은 그녀를 심리적으로 극한 상태까지 몰아세우며 집요하게 그녀의 죄를 물어. 게다가 엎친 데에 겹친 격으로 증거자료인 녹음파일은 그녀의 증언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어. 증인으로 나온 다니엘은 법정에서 나온 녹음파일을 듣고 여태껏 자신이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모습과 가정사를 알게 돼.


여기서 영화는 흥미로운 연출을 보여주게 되는데, 바로 '이미지와 사운드의 역전'이야. 보통의 영화는 이미지(영상)를 통해 관객들에게 내용을 전달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닌 '듣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어. 그 결과, 우리가 보는 시각적인 자료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사건의 진위 여부를 우리가 판단하게끔 만드는 거지.


나는 이러한 영화적 연출이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포커스를 맞췄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일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외모지상주의' , '성과주의' , '학벌', '지위', '재산'

우리는 보이는 것이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어.

삶에 좋고 나쁨은 없어.

중요한 건 내가 판단하는 삶의 모습이야.


타인들의 삶을 지켜보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가끔은 마음속의 소리에 귀 기울여봐.

어쩌면 진실은 밖이 아닌 안에 있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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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공방전 끝에 사건은 사뮈엘의 자살인 것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것 같아. 하지만 재판이 끝난 후 앵커가 배심원들의 판결 내용을 말하는 장면에서 묵음 처리되는 것을 보면, 사건의 진실이 그의 자살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재판이 끝나고 집에 돌아간 산드라는 평소 잘 올라가지 않던 남편 사뮈엘의 방에 올라가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해. 그 순간, 스눕(Snoop)이 소파에 올라와 산드라 옆에 누우며 같이 잠에 들게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나게 돼.


스눕이 그녀의 남편 (사뮈엘)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산드라가 사뮈엘을 죽이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이는 참 애틋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야.


하지만 반대로 산드라가 남편을 죽인 것으로 결말을 해석한다면 아주 섬뜩한 장면이 되겠지. 사건의 진실은 보는 관객들, 우리들의 몫일 거야.


매일 같이 쏟아지는 기사와 뉴스들을 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중에서 뭐가 참이고 거짓인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어.


사건을 판단하는 것은 '나 자신'


남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평가하든, 그들은 나만큼 나에 대해서 알지 못해.

언제나 진실은 내 마음속에 있어.


사실과 진실 중 어떤 실을 꿰맬지는 네 손에 달렸어.

남들이 정의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네가 정의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보는 건 어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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